하이브, SM 인수한다지만… 아직 카카오와 전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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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기자
입력 2023-02-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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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브, 공개매수와 이수만 잔여지분 확보땐 SM지분 43%

  • 1조원 자금조달 숙제… 신주발행·계열사 자금 총동원할듯

  • '카카오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판결 따라 지분 요동

  • 기각땐 카카오 9.05%+얼라인 지분까지 합쳐 29% 확보

  • 자금력 우세한 카카오 하이브와 공개매수 경쟁 가능성도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사진=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가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인수하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나섰다. 하지만 2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인 카카오와의 불편한 동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 이슈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9일 SM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SM 보통주 352만3420주에 대해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발행주식수의 14.8% 수준이다.
 
취득단가는 1주당 12만원으로 총 금액은 4228억원이다. 취득 예정일자는 오는 3월 6일이다. 하이브는 현금취득 방법을 택했으며, 부족한 자금조달을 위해 계열사로부터 3200억원을 차입할 예정이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현재 SM지분 439만2368주(발행주식수 대비 18.45%)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에 넘기고 난 후 남은 잔여주식 3.65%(86만8948주)에 대해서는 풋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다. 풋옵션 행사기간은 기업결합승인 시점 또는 거래 종결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 중 빨리 도래하는 시점으로부터 1개월 이내가 될 예정이다.
 
하이브는 지난 10일부터 내달 1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다. 20여 일에 걸친 이번 공개매수에서 하이브는 SM 보통주 595만1826주(발행주식수 대비 25%)를 1주당 12만원에 사들인다.
 
하이브는 공개매수에서 응모한 주식수가 매수 예정 수량을 밑돌면 전량 매수하고, 최대 매수 예정수량을 초과할 경우 안분 비례 방식으로 매수할 예정이다.
 
목표 매수 수량을 달성하게 되면 하이브의 최대 공개매수 금액은 7142억원에 달한다. 이때 보유지분은 39.8%(947만5246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 총괄 프로듀서의 잔여지분까지 합치면 43.45%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증권사 리서치센터]


앞서 SM은 지난 7일 카카오를 대상으로 1주당 9만1000원에 123만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납입일은 내달 6일, 하이브와 이 총괄 프로듀서 간 주식매매 계약 납입일과 같다.
 
또한 SM은 카카오와 9만2300원에 114만주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전환청구기간은 내달 6일부터 2024년 3월 8일까지다. 2건의 계약으로 취득하게 되는 지분은 9.05%이며 금액으로는 2171억원이다.
 
이에 대해 이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당시 이 총괄 프로듀서 측은 “회사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진이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 회사 지배관계에 대한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카카오 신주 납입대금일인 오는 3월 6일 이전에 판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컴투스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컴투스의 SM 보유지분은 4.2%(약 99만주) 수준이다. 아직까지 의결권 행사에 대해 명확히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컴투스 지분이 하이브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우호지분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이브-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공세에 현재 SM 경영진-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연합전선에는 고심이 커진 상황이다.
 
우선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카카오는 신주 인수 및 전환사채 전환을 통해 9.05%의 SM지분을 취득하게 된다. 더불어 우호적인 얼라인과의 지분을 합쳐 약 29%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하이브가 공개매수와 이 총괄프로듀서 잔여지분으로 취득하게 될 43%를 웃도는 의결권에는 못 미친다.
 
이럴 경우 카카오는 하이브와 마찬가지로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 이때 공개매수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SM주식을 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입장에서는 약 2000억원을 지출해 얻은 9.05%의 SM지분이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카카오와 SM 시너지를 위해서는 하이브보다 많은 지분을 취득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가 다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리한 고지를 점한 하이브-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연합이 예상대로 SM인수를 추진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이브는 SM지분에 대해 14.8%를 취득하기로 한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15% 미만이기 때문에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향후 하이브가 소액주주를 상대로 최대 25% 지분을 공개매수로 사들여 보유지분 15% 이상이 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대상이 된다.
 
이때 공정위는 하이브와 SM의 기업결합을 통해 시장경쟁 제한 여부,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 효율성 증대 효과 등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때 공정위 판단에 따라 주식 일부를 처분할 수도 있고, 특정행위에 대해 제한을 두는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도 있다.
 
또한 자금조달 여부도 주요 관건 중 하나다. 하이브의 지난해 9월말 기준 자금여력과 향후 해외레이블 인수 계획을 고려할 경우 SM 지분 40%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은 부족한 상태다.
 
하이브는 현지 법인 하이브아메리카를 통해 △릴 베이비(Lil Baby) △릴 야티(Lil Yachty) △미고스(Migos) △시티 걸스(City Girls) 등이 소속된 미국 힙합 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 10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취득 규모는 3140억원(1000주)이며 내달 7일 지분 전량을 취득할 예정이다.
 
하이브는 오는 3월초까지 SM, QC미디어홀딩스 등의 인수를 위해 1조원이 넘는 총알을 마련해야 한다. 하이브의 자기자본 규모가 3조542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에 계열사 차입뿐만 아니라 신주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10% 수준의 신주발행으로 일부 희석이 발생한다 해도 현재 SM이 가지고 있는 실적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하이브 입장에서 실보다는 오히려 득이 많다”며 “40~50% 수준의 영업이익 성장, 15~25% 수준의 주당순이익(EPS)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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