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잘 되면 행원은 떠난다…1인당 퇴직금만 6억∼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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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3-02-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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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시중은행 희망퇴직 과정에서 퇴직 행원들이 최소 6억~7억원 규모를 퇴직금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지난해 4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 지급한 특별퇴직금은 1인당 3억4000만~4억4000만원 수준에 달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2725억원을 반영했다. 지난달 퇴직을 확정한 인원이 713명인 것을 고려하면 1인당 3억8200만원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은 셈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1336억원을 희망퇴직자 388명을 위한 비용으로 잡았다. 1인당 3억4400만원 규모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1547억원을 처리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349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평균 4억4300만원씩 수령했다. 하나은행은 1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작년 1분기 희망퇴직자 478명을 위한 퇴직비용 총 1637억원을 반영했다. 1인당 3억42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은행이 실적에 반영한 희망퇴직 비용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만 고려된 수치다. 이에 따라 실제 퇴직 행원들이 받은 퇴직금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퇴직 행원들이 추가로 받는 법정퇴직금은 통상 최근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2021년 말 기준 주요 시중은행 급여액과 근속연수를 고려했을 때 16년가량 근무한 은행원 월평균 임금은 808만~933만원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서는 희망퇴직 대상이 되는 행원들은 근속연수가 높아 월평균 급여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법정퇴직금이 3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을 합치면 최근 은행을 떠난 행원들이 수령한 퇴직금은 1인당 6억~7억원 수준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들이 행원들에게 수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주고서라도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은행 업무의 디지털화·비대면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확대되면서 일종의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게다가 은행의 주요 수익구조가 예대금리차여서 2021년이나 작년처럼 실적이 예년을 큰 폭으로 웃돌 때는 당기순이익 규모가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은행에 여윳돈이 있을 때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은행에서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다 보니 행원들도 희망퇴직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분위기다. 몇 년 일찍 은행을 떠나더라도 조건이 좋을 때 희망퇴직하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에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말 이후 KB국민은행 713명, NH농협은행 493명, 신한은행 388명, 우리은행 349명, 하나은행 279명 등 5대 시중은행에서만 총 2222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행원들이 희망퇴직을 가장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업종 특성상 퇴직 후 다른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만약 다음 행보가 정해져 있다면 수억 원을 더 주는 희망퇴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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