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공간을 보장받으면서도 한 건물 안에서 함께 음식을 해 먹고 영화를 보고 보드 게임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월 이용료가 70만~80만원으로 다소 부담스럽긴 했지만 다시 서울에 살게 된다면 다시 입주하거나 직접 공유주거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1년 반 동안 서울 신설동 한 코리빙(Co-living) 하우스에서 거주한 이한웅씨(29)는 코리빙하우스에 살며 느낀 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코리빙하우스는 방과 화장실 등 독립된 개인 공간과 라운지, 헬스장, 미팅룸 등 다양한 공용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주거 형태를 뜻한다. 최근 1인 가구 비중이 확대되고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건설사·디벨로퍼 등이 코리빙하우스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는 야놀자클라우드와 합작한 법인 '트러스테이'를 통해 다음 달 말 양천구에 코리빙하우스 'heyy(헤이),' 신정동점을 열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군자점과 미아점을 각각 열었고 앞으로 서울 곳곳에 지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SK D&D는 현재 자사 브랜드 '에피소드'를 통해 성수·서초·강남 등에서 코리빙하우스 총 3800실을 운영 중이다. 2026년까지 서울 시내에 5만실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자회사 리베토의 코리빙 브랜드 '커먼타운'을 압구정, 신도림, 역삼, 후암동 등에서 총 242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형 코리빙하우스는 대부분 서울 주요 지역 입지가 좋은 곳에 일정 규모 이상인 건물을 통째로 운영한다. 개인공간 내 필요한 가구·가전이 모두 갖춰져 있고 커뮤니티 시설과 주거 서비스가 풍부한 점 등이 기존 셰어하우스와 차별되는 점이다.
코리빙하우스 사업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리는 회사들도 있다. 벤처캐피털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 자회사인 부동산 디벨로퍼 MGRV는 오는 17일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신촌점(279실)을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앞서 문을 연 맹그로브 동대문은 177명, 신설동점은 411명이 거주 가능한데 연간 공실률은 5% 수준이다. 최근 시리즈B 브리지 투자를 125억원 규모 유치했으며 서울 외 지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프롭테크 기업인 홈즈컴퍼니는 코리빙 브랜드 '홈즈스튜디오'를 통해 현재 용산, 강남, 송파, 마포 등 6개 단지에서 총 360실을 운영 중이다. 홈즈컴퍼니는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ICG와 국내 코리빙시설 공동 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3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국내 공유주거‧숙박시설 개발‧운영에 나서기로 했다.
이 같은 기업형 코리빙하우스의 장점으로는 다양한 공용 공간과 관리체계 등이 꼽힌다. SK D&D 에피소드의 '플렉시블 리빙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코리빙에 입주 중인 응답자 68.6%는 라운지, 주방, 피트니스 시설 등 공용 공간을 가장 큰 장점으로 골랐다. 또 입주자 86.6%는 △우수한 시설물 관리 △재무적인 안전함 등을 이유로 기업에서 운영하는 코리빙 시설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김명환 트러스테이 오프라인사업운영팀장은 "입주민들은 전용 공간과 공용 공간이 구분돼 있어 개인 생활이 보장되면서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지는 점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코리빙하우스 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도 다져지고 있다. 코리빙하우스는 건축법상 임대형 기숙사로 분류되는데 건축물 용도 중 기숙사에 '임대형 기숙사'를 추가하는 '건축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오는 3~4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기숙사는 공장이나 학교만 운영할 수 있었는데 임대형 기숙사도 기숙사로 인정되면서 앞으로는 도심 유휴 부지나 건물을 활용해 민간임대사업자도 운영할 수 있도록 바뀐다. 용적률을 맞추면 연면적 제한이 없고 주차공간 규제도 낮아 사업성이 높다.
한편 지난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41%로 집계되는 등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형 코리빙 시장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 6400가구 수준에서 2024년엔 1만4460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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