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던 A씨(29)는 좁아진 채용 문을 직접 확인하고 구직을 포기했다. 주변 친구들이 속속 취업하는 와중에도 스스로만 답보 상태라는 자괴감과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좌절감이 한꺼번에 밀려 왔다. A씨는 주변과 연락을 모두 끊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생활을 3년째 하고 있다.
# 30년 넘게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던 B씨(68)는 퇴직 이후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주변에는 "심심해서 일이라도 해야겠다"며 유쾌하게 떠들고 다니지만 B씨가 일자리를 찾아 나선 것은 팍팍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자녀 교육과 부모 부양에 혼신을 다하다 보니 막상 퇴직했을 때 아무런 노후 준비도 돼 있지 않은 현실과 마주한 것이다.
취업시장 내 연령별 역할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더 이상 구직이나 직업 활동 없는 '청년 백수'로 지내는 20·30대가 늘어나는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은 질 낮은 일자리라도 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세대별 일자리 미스매칭이 빚어낸 불편한 자화상이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구직·교육·직업 활동을 하지 않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규모가 올 들어 39만명까지 불어났다.
청년들은 대학 졸업까지 평균 52개월, 졸업 후 첫 취직까지 평균 10.8개월 걸린다. 5년 넘게 취업 준비를 했는데도 문턱을 넘지 못하니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겨우 취업하더라도 신규 입사자 10명 중 3명은 1년 이내에 퇴사했다. 조기 퇴사 이유로 '직무 적성이 안 맞아서'(48%)가 가장 많이 언급된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직업 정보 습득과 직업 훈련이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한 해 유례없는 '고용 호황' 속에서도 청년층 구직난은 심각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5000명 줄어든 데 이어 12월 2만5000명이 추가로 감소하는 등 두 달째 하락세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44만명 늘어 대조를 이뤘다.
니트족 증가와 취업 지연 현상은 청년 개인의 생애소득 감소뿐 아니라 부모 세대 부담 가중, 노동 투입량 감소 등에 따른 잠재 성장률 하락 같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지난달 열린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최근 청년 세대는 경력·수시 채용 경향으로 인해 실무 경험을 가장 필요로 한다"며 "청년이 본인 적성을 탐색하고 필요한 경험을 쌓아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청년 실업 확대에 따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녀 세대와 달리 고령층 취업률은 꾸준히 상승세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조사통계월보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에 따르면 2010∼2021년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266만8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 수 증가 규모인 324만명 가운데 82%를 차지했다.
전체 고용률은 2010년 58.9%에서 2021년 60.5%로 소폭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고령층 고용률은 36.2%에서 42.9%로 크게 높아졌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질이 낮은 일자리에도 고령층 노동 공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고령층은 노후 준비가 부족해 퇴직 후에도 다시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층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감수하고 재취업에 나서는 고령층 모습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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