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암호화폐가 불러올 금융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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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입력 2023-02-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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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기고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사진=아주경제DB]

일반인들에게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조용히 다가오는 고양이처럼 어느 순간 화들짝 놀라게 한다. 기술 변화가 산업에 미치는 속도와 영향을 살펴보자. 오래전 미국 어느 도시에서 지난 10년간 세차장 매출이 50% 줄어들었다. 업자들은 줄어드는 매출에 깜짝 놀라 아무리 조사를 해봐도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 차량 대수가 줄지도 않았고 또 집에서 세차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학자들에게 의뢰해 그 원인을 알아보니 전혀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스마트폰 보급량이 늘면서 운전자들이 손쉽게 지역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자연스레 내일 비가 온다면 세차를 포기하는 습관이 일상화되며 자연스레 세차장 매출 감소를 불러 온 것이다. 이렇게 산업 발전과 변화는 우리가 쉽게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그러나 빠르게 생활에 파고들어 어느 순간 산업 전반을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다.

4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미주 한인 최대 은행의 J회장과 가장 빠르게 성장한 C은행 회장, 행장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당시 ICO 붐 속에 블록체인 암호화폐 열풍의 숨 가쁜 혁신 현장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세계 최대 금융 국가 최고 지위에 있는 분들께 시대 변화의 흐름과 속도에 대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4차 산업혁명의 발전 속도가 1·2·3차 산업혁명 발전 속도에 비해 거의 빛의 속도라고 얘기하며 향후 은행들은 어느 순간 무언가 바뀌었다고 깨닫는 시점이 올 것이며, 그때는 준비 안 된 은행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드리면서 이제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전문가를 뽑아 작은 변화라도 시작해보라는 조언을 드렸다.

그러나 J회장은 싱긋 웃으며 "미국 금융산업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아 진로를 바꾸는 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좀처럼 변하기 어려운 산업이 은행산업인데 방향을 한번 바꾸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반면 한번 방향을 바꾸면 오랫동안 그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또 작은 나라, 작은 시장에서는 재빠른 변신이 가능하겠지만 여기는 그리 쉽게 안 변할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금융권은 아주 강한 레귤레이션(Regulation)과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감독을 받는 분야라 더욱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J회장 얘기에서 미국의 거대 시장 규모와 최첨단 국가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금융산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아마 그 당시 전 세계 은행 대부분이 이와 비슷했을 것이며 우리 금융권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최근 모 증권사에 있던 S 회장과 오찬하면서 챗GPT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의 발전과 그 변화 속도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내 의견을 듣던 S회장은 "2015년께 P2P 금융으로 핀테크 바람이 한참 불 때 내가 이런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핀테크 핀테크 하는데 그거 한 1년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조용해질 것 같다' 과거 인터넷 초기 시절 미국 e-Trade 증권이 한국에 진출하고 키움증권이 질주하며 곧 온라인 증권사가 거대 쓰나미처럼 모든 증권사를 집어삼킬 듯 덤벼들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보세요. 업계 10위권에 불과한 키움증권 외에는 금융투자 산업 구조에 미친 영향은 미미합니다. 물론 증권사도 발 빠르게 HTS 도입과 온라인 변화에 적극 적응한 면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또 탈중앙자율조직(DAO)·대체불가능토큰(NFT) 역시 결국은 국가의 규제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금융이라는 특수 산업에 속하기에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금융산업에 대한 영향과 변화 역시 급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며 기존 산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산업은 규제 산업이기에 다른 산업과 확연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괜스레 고생만 한다는 S회장 의견에 일단 동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5000만원 수준에서 2000만원 이하 저점을 찍고 장기간 횡보하다 최근 다시 상승을 시작하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 암호화폐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며 난리를 쳤어도 주력 금융권은 항공모함처럼 느리게 시장에 무심한 듯 여유롭게 서서히 접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 고객들은 이미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30·40대 선배들과 전혀 다른 상품, 새로운 서비스에 빠르게 적응하며 스스로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고, 금융시장도 2021년 12월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고 최근 월가에서는 찰스 슈왑, 시타델 증권,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등 미국 금융계 거물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EDX Markets(EDXM)'을 공동 오픈했다.

여기에 지난 2월 1일 미국 뉴욕 연방판사는 코인베이스가 미등록 증권 판매와 브로커-딜러 등록 미비를 이유로 한 집단 소송을 기각하면서 미국 법조계도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각국 금융당국과 금융 강자들은 CBDC(국가 발행 암호화폐)에 대비해 블록체인 기술을 급속도로 수용하고 있으며 CBDC가 조만간 전 세계 단일 금융시장에 등장할 것이라며 미래 산업구조 개편을 예고하고 있어 금융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국경이 사라지고 24시간 365일 거래되는 새로운 금융시장의 등장은 기존 산업의 틀을 흔드는 산업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블록체인 암호화폐' 기업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이제 구글, 에어비앤비와 같은 세계적 거대 기업의 등장은 첨단 기술회사가 아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AI 기반 금융 스타트업에서부터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투자 대상이 어느 분야인지 명확히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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