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숙원사업인 재정준칙이 이번에도 정치 현안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올해도 재정준칙 통과가 힘들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르면 15일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경제재정소위원회 안건이 결정되지 않아 재정준칙 논의를 위한 첫발을 내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골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통제해 관리 수준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번에 열리는 소위가 법안통과의 첫 단계라는 점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월 임시국회 중 재정준칙 통과는 힘들게 된다.
재정준칙 도입 법안은 지난해 발의됐지만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에 밀려 소위에서조차 다뤄지지 않고 시일을 넘겼다.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재정준칙을 최우선 통과 목표로 삼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재부 재정정책국 실무진은 재정준칙 도입의 열쇠를 쥔 재정위 의원들을 상대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해외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국회에 관련 법안 통과를 압박하는 태세다. 기재부에 따르면 리차드 휴스 영국 예산책임정 의장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요시키 다케우치 사무차장 등은 최상대 기재부 2차관에게 "한국은 재정준칙을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한국 재정에 대한 대외신인도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통과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재정준칙이 차순위로 밀린 형국이다.
민주당 소속 일부 기재위 위원들은 "재정준칙을 굳이 지금 도입해야 하느냐"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난방비 인상 등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거론되는 지금 재정준칙을 논의하기엔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재정운용에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문제는 이번에도 재정준칙이 첫발을 떼지 못할 경우 법제화 자체가 동력을 잃고 연내 통과 자체가 힘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음 임시국회에서 재도전하면 되지만 현안이 쏟아지는 정치권에서 시류를 놓친 법안은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은 현재의 재정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재정준칙 통과를 제1과제로 내세우고 있다"며 "준칙 법제화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최대한 국회의 협조를 얻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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