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이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패소한 데 이어 니시마츠건설(니시마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같은 이유로 또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14일 사망한 강제동원 피해자 김모씨의 유족 5명이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김씨는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에 있는 니시마츠건설(당시 니시마츠구미)에서 근무하다 1944년 5월 29일 공사장에서 숨졌다. 국무총리 소속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는 2006년 김씨를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에 유족들은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2019년 6월 김씨가 강제동원돼 노역하다 숨진 것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쟁점이 됐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있었던 로부터 10년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유족 측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고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부터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니시마츠건설 측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고,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애사유도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로 해소됐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유족 측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하면서도,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고 봤다.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시점인 2018년 10월이 아닌, 최초로 파기환송한 시점인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여러 대법원 판결 중 어떤 판결이 나온 때로부터 기산해야 하는지가 이 사건 쟁점"이라며 "판결 시 기준으로 보면 이 사건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고 봐야 하고, 이 사건 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2월 같은 법원 민사68단독(박진수 부장판사)은 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하는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다만 소멸시효 기준점을 두고 하급심에서도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 김씨 유족 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는 "2018년 광주고법에서는 같은 취지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 판결 기준을 2018년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해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며 "대법원이 조속히 기준 시점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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