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분양가를 바탕으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아파트 단지에 대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게는 수천대 1에 달하는 등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같은 무순위 청약이라도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아파트 단지는 일명 '줍줍'에서도 고전하는 모습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8일 진행한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6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에 6593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이 1098.83대 1에 달했다. 전용면적별 경쟁률은 △59㎡A 508대 1(1가구 모집에 508명) △74㎡A 1020.33대 1(3가구 모집에 3061명) △84㎡A 1512대 1(2가구 모집에 3024명) 등이었다.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세종 한신더휴리저브 1·2단지 역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2단지 합쳐 8가구 모집에 3만2664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만 4083대 1이었다. 단지별로는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4생활권 HO1블록) 84㎡E형에 1만200여 명이 신청했다.
이들 단지가 무순위 청약에서 인기를 끈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분양가다. 이들 단지 분양가는 집값이 상승하기 전인 2019년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타고 있긴 해도 일정 부분 시세 차익이 보장된다는 인식에 수요자들이 몰린 것이다.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전용 59㎡ 분양가는 5억1590만원이다. 지난해 11월 해당 면적 입주권 거래가 7억4000만원에 이뤄진 것과 비교해 2억원 이상 낮다. 84㎡ 분양가도 6억950만원이다. 이 면적은 지난해 10월 8억2430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됐다.
세종 한신더휴리저브단지 분양가는 3억7000만~7억5300만원 수준에 형성됐다. 84㎡ 분양가는 3억7000만원이다. 인근에 위치한 가온마을12단지더하이스트 전용 84㎡는 지난달 6억7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반면 같은 무순위 청약이라도 분양가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더 클래시'는 지난달 30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27가구 모집에 549명이 지원하며 경쟁률 20.3대 1을 기록했지만 84㎡ 일부 물량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 더 클래시는 일반 분양가가 3.3㎡당 4013만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에 시달렸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도 다음 달 소형 평형 물량에 대해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내고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둔촌주공은 지난 13일까지 진행한 예비당첨자 계약에서 중소형인 59㎡와 84㎡ 총 2725가구가 완판됐으나 전용 29㎡(10가구)와 39㎡(1150가구), 49㎡(901가구)는 총 2061가구 중 60%가량만 계약된 것으로 전해져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들 평형대는 1~2인 가구용으로 설계돼 비좁은 반면 분양가는 5억2000만~8억8000만원으로 형성돼 실수요자가 분양받기에 부담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둔촌주공은 소형 평형이라도 분양가가 높아서 미분양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면서 "무순위 청약은 거주지 제한이 없고 2주택자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물량은 소화될 듯싶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가성비 높은 아파트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출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으로 청약시장에도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는 상급지나 고급 주택으로 가는 주거 상향이 분양 흥행의 핵심이었지만 현재처럼 시장 가격이 조정을 받는 시기에는 분양가가 저렴해야 흥행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분양가로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그 단지는 '분양이 안 되는 아파트'라는 낙인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있을 때 할인 분양을 선택하는 사업장들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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