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상자산 업계를 통틀어 가장 핫한 키워드는 '토큰증권'이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금융위)가 토큰증권(Security Token)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대형 증권사들은 조각투자 업계와 업무협약(MOU)까지 맺으며 신사업 선점을 노리고 있다. 심지어 대신증권은 카사 인수를 통해 토큰증권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한 물밑 작업 중이다.
금융위 발표에 따르면 토큰증권은 형태와 관계없이 투자자가 얻게 되는 권리가 법상 증권에 해당한다면, 모든 증권 규제가 적용돼 토큰증권도 자본시장법을 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상품은 바로 ‘조각투자’다. 조각투자란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거래하는 등의 신종 투자형태로 부동산, 저작권, 한우, 미술품 등이 있다. 최근에는 선박 조각 투자까지 나온 가운데, 소액으로 고액 자산에 다른 이들과 나눠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을 동일하게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을 같은 선상에 올릴 수는 없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큰증권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의미한다. 증권으로 판단된 조각투자 업체 중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 것은 토큰증권이 될 수 있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조각투자를 토큰증권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조각투자 기업 중 블록체인 기술을 쓰고 있는 기업은 테사(미술품), 카사(부동산) 등 뿐 국내는 아직 태동기 수준이다. 엄밀히 따지면 토큰증권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부 조각투자 기업들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과 상관없이 블록체인 기술 적용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 일부 기업은 금융위의 증권토큰 추진과 상관없이 독자노선을 탈 의사도 있다는 의미로도 비춰진다. 산업의 기틀을 닦아 놓은 만큼 증권사를 통해서만 수익창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금융당국의 보호도 확실히 받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지난해 4월 '조각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한 기본 원칙을 토큰증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허용에 따라 조각투자 등 다양한 권리가 증권으로 탄생하고, 비정형적 증권을 유통할 수 있는 소규모 장외시장 형성으로 투자자의 다변화된 증권 거래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조각투자 시장은 2020년 이후에 커지기 시작했다. 한 조각투자 플랫폼의 자본시장법 위반, 투자자 보호 등과 같은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고, 2022년 4월 금융감독원은 조각투자에 대한 투자자 보호 조치 강화를 주문하면서 토큰증권에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위는 미술품과 한우에 대한 증권성 검증을 시행, 미술품과 한우 조각투자 상품 또한 투자계약증권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동시에 금융위는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에서 일부 혁신성이 인정되는 서비스에 한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특례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2019년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이후 현재까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은 조각투자 상품은 부동산, 음원 저작권 수익 등이 있다. 그러나 적용 기간은 최대 4년으로 제한돼 있다. 이후에는 지정 기간 만료 전 관련 시장에 대한 법안이나 규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업 지속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오히려 증권사만 수혜를 받는 것으로 끝이 난다.
현재는 증권사들이 어떤 토큰증권 사업을 하느냐, 누가 선점하느냐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이보다 토큰증권과 조각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차별화하고 두 영역을 협업하는 방향으로 이끌 건지, 기존대로 동일시할 건지 등 두 분야에 대한 당국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조각투자 인프라가 안정화될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조각투자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들고, 증권업계와 서로 상생해 투자자도 더 상품 선택이 다양해질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