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법원의 판시 내용을 두고 법리 해석이 갈리고 있다. 법조계는 "무죄의 근거가 불명확하고 항소심에서 다퉈질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전날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불법적으로 금지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부 외국인·출입국본부장에 무죄를, 이규원 검사에게 징역 4월의 선고 유예를 선고했다. 다만 이 검사의 경우에도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봤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의6은 '수사기관은 범죄 피의자로서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긴급 출국금지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긴급 출국금지 규정의 구성요건을 판단하면서, '수사기관'인 검사는 단독 관청이기 때문에 이 검사에게는 서울동부지검 검사 직무대리 지위에서 검사의 권한에 속하는 긴급 출금 요청 등을 할 법률상 권리가 있다고 봤다. 또 김 전 차관이 형식적인 사건 수리 절차를 거치기 전이라도 범죄 혐의가 있어 이 검사가 긴급 출금을 요청하는 동시에 '범죄 피의자'가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를 기준으로 김 전 차관의 혐의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의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 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자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상당성 등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에게 직권을 남용한다는 고의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이들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근거를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형사법 전문가들은 "정통 형사법 논리에 맞지 않는 판결", "무죄에 대한 판시 사유가 명백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가 제시한 법리를 따져봤을 때 항소심에서 법리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으며, 대법원까지 갈 경우 긴급 출국 금지에 대한 새로운 법리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1심 판시 내용만 봤을 때는 무죄의 근거가 △구성요건적 고의를 결여했다는 것인지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형법 제20조 정당행위로 본 것인지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로 본 것인지 분명하지가 않다"며 "항소심에서 살펴 볼 만한 법적 쟁점이 굉장히 다양하다고 생각되고 2·3심에서 다른 결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재판부가 당시 피의자로 입건이 되지 않은 상태였던 김 전 차관을 범죄 피의자로 판단하고, 무죄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는 등 2·3심까지 간다면 법리적 측면에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긴급 출국 금지의 법리 적립에 있어서는 형사법적으로 굉장히 좋은 테마라 생각하고 대법원에서 법리를 적립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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