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달 시중은행에 대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출범을 선언하면서, 비은행권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보험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시중은행과 맞먹는 순익을 냈고, 일부 보험사들이 성과급 지급으로 돈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권에 대한 사회공헌활동 논의 내용은 있지만, 따로 '제도개선 TF'를 꾸리는 등의 영업관행‧구조개선 등의 얘기들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권과 같은 규제산업인데도 보험업계가 당국발 한파를 피해가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 실적만 비교했을 때 시중은행권과 비슷한 순익을 내고 있는 점도 그 이유다. 실제 지난해 보험업계 순익은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 다소 부진했지만, 1~3분기까지 보험권 누적 순익이 7조7612억원을 기록하며 무난히 8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21년 시중은행의 순익 총합인 8조6000억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규모다. 보험권은 지난 2021년 8조2667억원의 순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자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실손보험 과잉 이용량이 줄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세가 뚜렷해진 영향이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연봉의 41%를,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으로 약 550%의 성과급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분기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올해 성과급 수준이 업계 최고치인 연봉의 50% 수준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자금 누수를 막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운영사 중 1곳을 제외하고 여전히 은행권보다 2배가량 높은 6~7%대 금리 상단이 유지되고 있고, 신용대출 최고 금리는 13%를 돌파한 상황이다.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약관(보험계약)대출 한도도 줄이거나, 판매채널을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가입자 편의성을 높이는 조치에도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들의 보험료 카드납부 기피 현상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생명보험사의 신용카드납 지수는 여전히 4%대에 머물며, 소비자들의 카드결제 편익이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들이 납부 받은 보험료 100원 중 4.8원만 카드결제로 보험료 납부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보험권은 달마다 보험료가 납부되는 특성상, 매월 카드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납 기피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금융위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출범을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과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 손실흡수 능력 제고,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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