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최우방인 폴란드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러시아를 방문한다. 스파이 풍선 사태와 러·우 전쟁 1주년 등이 겹치면서 미·중 균열이 이른 시일 내 봉합될 기미가 안 보인다.
미·중 가시 돋친 말 교환…우방 단결 촉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서방에 대한 적대감 확대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유럽 순방을 마치고 수일 내 러시아를 방문한다.
WSJ는 “왕 위원의 러시아 방문은 미국이 감시 기구라고 지적한 스파이 풍선을 격추한 후 미·중 관계의 새로운 긴장과 대조된다”고 짚었다.
특히 왕 위원의 러시아 방문이 러·우 전쟁 1년인 2월 24일을 앞두고 이뤄진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TV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러시아 의회에서 연설에 나선다고 밝혔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해당 연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왕 위원의 러시아 방문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연내 러시아 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이 2013년 공식 취임한 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총 39차례 만났다. 중국 국영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61번째 생일에 케이크를,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66번째 생일에 케이크를 각각 선물하는 등 두 정상은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해왔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항하는 범대서양 파트너십인 나토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주 폴란드를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촉구하고 서방의 단결 강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 블링컨과 왕 위원 두 미·중 외교 수장이 대화를 통해 갈등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지만, 양측의 만남 이후 그런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이들은 지난 18일 독일 뮌헨에서 비공개로 만나 스파이 풍선, 대만, 북한, 러시아 등 주요 사안을 두고 가시 돋친 말만 주고받았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만남 이후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시 이번 만남을 ‘비공식 접촉’이라고 일컫고, 양측이 대화를 나눈 것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담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거부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코리 샤키 외교 및 국방 정책 연구 책임장은 “관계가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만약 중국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지원을 그대로 모방해 러시아에 제공한다면, 그것은 중·러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악의 세력으로 보는 서방의 인식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러 관계 더 깊어지나
중-러 관계는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에서 러시아의 고립을 심화시켰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높였다. 반면, 중국은 국제 무대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확보했다.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 등 서방과 중국이 충돌할 때 러시아가 중국을 지지할 가능성은 커졌다. 테무르 우마로프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연구원은 “나는 이를 '전략적 브로맨스'라고 부르겠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똑같은 생각을 하는 점이 있다. 세계 질서가 그들에게 불공평하다는 생각, 미국이 항상 더 큰 발언권을 갖고 있다는 생각 등이다“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실제 군사, 경제적으로 양국 관계는 밀접해지고 있다. 중국은 인도양에서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해군 훈련을 이달 20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둔 시점이란 사실을 감안할 때 합동 훈련은 중국이 러·우 침공에 동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중국은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말께 지난해 양국 간 무역이 2021년 대비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양국 간 무역이 2024년까지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서방은 중국 등 제 3국의 대러 지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나라에 대한 외교적 압력을 높이는 등의 새로운 제재를 고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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