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장지영 이지스자산운용 증권부문 대표 "부동산 펀드 개척자 이지스, 주식·채권 시장에 변화 불러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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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3-02-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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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정사업본부·국민연금·한화자산운용서 활약한 채권 전문가

  • 주식·채권 강화하는 이지스운용 증권부문 사령탑으로 합류

  • "부동산펀드 개척 경험 바탕으로 채권시장도 성장시킬 것"

  • "시중 유동성 영원하지 않아… 당분간 채권이 선방할 수 있어"

장지영 이지스자산운용 증권부문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대한민국과 아시아 대체투자 업계를 개척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제 증권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 깊이를 더해 시장을 발전시키겠다."

장지영 이지스자산운용 증권부문 대표는 향후 목표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장 대표는 햇수로 26년째 금융투자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채권 전문가다. BNK투자증권에서 업무를 시작한 그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국민연금에 재직한 경력도 있다. 직전 근무처였던 한화자산운용에서는 글로벌채권본부장을 맡아 한화생명의 일반계정 채권계좌를 운용하며 해외채권 규모를 10조원에서 24조원으로 늘렸다. 2019년부터는 국내 채권 부문도 함께 관리했다.

그가 이지스자산운용에 합류한 것은 2022년 10월이다. 같은 해 4월 신설된 증권부문 대표로 취임했다. 지난 16일 기준 부동산 운용자산(AUM) 규모가 24조1713억원인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반면 총 AUM은 26조4091억원으로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 분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대표는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이지스자산운용 증권부문 사령탑으로 합류한 셈이다.

다음은 장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장지영 이지스자산운용 증권부문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증권부문 대표로 합류해 3개월이 조금 지났다. 그간 어떤 일들을 했는지.

"앞으로 이지스자산운용 증권부문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내부 논의와 고민에 힘을 쏟았다. 멀티에셋투자파트와 채권투자파트, 상품솔루션파트를 신설했고 기존 기관들이 이지스자산운용의 새로운 사업에 얼마나 호응하는지 수요를 확인했다.

논의 결과 기존 자산운용사처럼 대규모 인프라를 구성해 똑같이 경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전략, 새로운 상품을 통해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멀티에셋EMP 펀드다. 사모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역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 밖에도 상장리츠와 리츠채권, 고배당주 등에 투자해 꾸준하게 현금이 창출되는 펀드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Pre-IPO 등에 참여하는 펀드도 마련했다.

국민 노후 준비에 대안으로 떠오른 리츠 시장이 잘 성장할 수 있게 주력할 예정이다. 1000조원 넘는 미국과 달리 한국 리츠는 아직 시가총액이 10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 역사가 길지 않은 탓에 투자자는 리츠가 아직 낯설 수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리츠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리츠 시장이 함께 성장할 있게 소통을 늘려가겠다.

채권시장에서는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해 채권의 장기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겠다. 한국은 아직 우량채를 제외하면 발행과 유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 특성을 살려 투자자들의 장기 자금을 채권시장에 투입해 악재가 터질 때마다 거래가 완전히 멈추는 채권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겠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미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장기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시장 가치를 높인 경험이 있다. 이제 채권시장에서도 시장 자체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한국 채권시장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한국 채권시장은 참여하고 있는 자금과 플레이어 수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당장 지난해 10월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만 봐도 디폴트 선언 직후부터 채권시장 거래가 완전히 멈췄다.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완전히 정지된 셈이다. 결국 정부가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 후에야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었다.

문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 지원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장은 건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보면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 발견 기능이 유지된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각자 이해관계와 포지션에 맞춰 거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시장 깊이의 차이다.

발행사도 자본시장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는 국고채에 적은 가산금리를 추가해 발행했다. 이는 채권의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중금리 시대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도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적절한 금리를 제시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발행 금리가 적절하면 시장 불안이 있을 때도 시장 참가자들이 지속적으로 거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운용사를 통한 장기 자금 유입도 필요하다. 증권사도 채권에 적잖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들은 매년 실적을 내야 하는 속성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자산운용사는 다르다. 장기 투자를 원하는 투자금을 통해 시장 자체 밸류에이션을 높여야 한다."

-올해 채권시장 방향성을 전망한다면.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긴축 종료 시점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 이들 중앙은행의 초점은 지난 10년간 시중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을 회수하는 데 맞춰져 있다. 최근 20년간 세계가 저금리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국채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선진국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긴축 기조가 시작되면서 정책금리는 중금리 상태에 접어들었고 시장은 이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안정화 기대감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시장은 물가의 하향 안정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유동성이 축소되더라도 세계경제가 블록화되면서 인건비로 인한 생산원가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미국만 해도 주요 공장을 자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모양새다. 결국 197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고 이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분절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노동력도 점점 비싸지고 있어 이 역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채권뿐만 아니라 자산시장 전체가 적정 가격을 찾는 기나긴 여정에 돌입했다고 봐야 한다.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 동안 적정 밸류에이션을 찾는 탐색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년간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채권 자산이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채권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본인만의 채권투자 철학이 있다면.

"유동성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채권은 자산 배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다. 특히 금리가 높아지는 국면에서는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자산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1970~1980년대 자산별 수익률을 보면 회사채가 주식의 성과를 상회했다. 회사채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주식은 전통적인 산업군 등으로 구성된 일부 가치주뿐이었다.

채권 투자의 해법은 리스크를 고려해 목표 수익률에 맞춘 투자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회사채도 분명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항상 확인해야 한다. 추가 조달 가능성과 영속성 등이 파악해야 하는 대표적인 리스크다.

회사채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높은 금리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의 회사채에 투자해야 한다. 국가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채권이 이에 해당한다.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이 자원 배분에 신중해지겠지만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화학, 농업 관련 중장비 산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기간산업군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하이일드채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디폴트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디폴트율은 아직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디폴트율이 다소 높아지고는 있지만 시스템적인 위기로 번질 수준은 아니다."

장지영 이지스자산운용 증권부문 대표 약력

▷(현)이지스자산운용 증권부문 대표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채권본부 본부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해외채권팀장 ▷우정사업본부 우체국예금 채권투자 담당 ▷동양선물 ▷BNK투자증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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