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권리 보호’ 대 ‘기업 노무비용 증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찬반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해당 법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해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을 목적으로 한 손해배상·가압류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처리됐고 21일 환노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첨예한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손해배상과 관련 책임 면제 규정이 개정된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법안에 찬성한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용자 개념 확대가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노동쟁의 범위 확대로 노동분쟁이 폭증할 것”이라며 “기업 경영 의지를 꺾고 기업 경쟁력을 낮춘다”고 우려한다.
노동계와 경영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법안을 놓고 시각차가 이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고용 방식은 과거와 달리 특고·프리랜서 형태 근로 계약이 많다”며 법안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노사 관계 규율은 결국 사용자와 근로자 간 관계를 잘 규정하는 것인데 실질적인 사용자를 제대로 규정하지 못해 노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무비용 증가로 전체 근로자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업이 하청과 직접 교섭을 하게 되면 노무 관리 비용이 올라 기업으로서는 대체 수단을 찾아 고용을 줄인다”며 “되레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 질 수 있어 기존 노동자는 이익을 보겠지만 진입을 원하는 자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인 손해배상 가압류 범위 축소에 대해서도 시각이 갈린다. 이 교수는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약자인 노동자 권리를 확보하기 위함인데 과거 노조 파업 사례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사용자의 지나친 손배·가압류로 권리 실현을 막았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박 교수는 “기업이 노조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한다고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법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이 장관은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돼 권리 분쟁이 법률적 판단이 아니라 파업 등 힘으로 해결할 수 있어 ‘파업 만능주의’를 초래한다”며 “이렇게 되면 노사 갈등 비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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