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분기 국내 가계빚이 1870조원을 밑돌았다. 높은 물가에 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계들이 대출부터 줄이기 시작하면서 3개월 만에 4조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67조 원으로 전분기보다 4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1분기(3조1000억원)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가계신용이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과 더불어 카드사와 백화점, 자동차 등의 판매신용(일시불+할부)을 더한 액수다.
가계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1749조3000억원으로 직전 분기(1756조8000억원)보다 7조5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감소세를 나타낸 뒤 2분기에 반등했으나 3분기와 4분기 연달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가계대출은 1년 전과 비교해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기관별로 보면 지난해 말 예금은행 대출잔액은 전 분기보다 4000억원 감소한 90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주담대가 6조5000억원 증가했지만 기타대출이 6조9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잔액은 3조8000억원 줄어든 345조4000억원이다. 주담대는 7000억원 줄고 기타대출은 3조1000억원 감소했다.
신용카드 결제 등 판매신용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민간소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말 판매신용은 전분기 대비 3조4000억원 증가한 11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대비로는 11조9000억원 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개인의 신용카드 이용액을 보면 지난해 10월 59조6000억원에서 11월 58조5000억원, 12월 60조2000억원 등을 기록했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계속된 영향에 가계신용이 감소했다”며 “완만한 속도로 부채가 감소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것을 고려하면 연내 가계신용의 급격한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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