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조원 쏟아부어도...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
정부가 2006년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약 16년간 수백조원이 넘는 저출산 예산을 투입했는데 출산율은 악화일로다. 실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들어간 저출산 대책 예산만 약 280조원이다.
올해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홍보·정책연구 역할을 강화(55억원)하고 고령친화산업혁신센터 2곳을 추가 지정해 운영(30억원)하는 예산까지 합하면 30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 '아이 낳으면 돈 더 준다'는 식의 기존 저출산 대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져 올해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 대비 0.03명이 감소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2019년(0.92명), 2020년(0.84명), 2021년(0.81명)에 이어 5년 연속으로 1명 미만을 기록했다.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틀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산아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26만600명)보다 1만1500명(4.4%) 감소했다. 이는 처음으로 25만명 선이 붕괴된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가리키는 조출생률도 지난해 4.9명으로 전년보다 0.2명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저출산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도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한국에서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둘러싼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저출산 추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은 헛돌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신문은 한국의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주택가격 폭등과 높은 자녀 교육비 부담을 꼽았으며 지난 2016년부터 활발해진 페미니즘 움직임과 젠더 갈등도 저출산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인구대책 새로 짜는 정부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양육 및 보육 관련 지원 제도의 효과성을 높이고, 기존 저출산 대응 예산사업은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정비하겠다고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앞서 지난 16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기준의 저출산 문제 대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 개선 등 제도 보완을 약속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21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그간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비 없이 산발적, 단편적 정책만 추진돼온 데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한 선제적 대응정책 확대 등을 논의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는 최적의 국가 지원 강화를 위한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시행 중이다. 이는 부모급여로 양육 선택권을 보장하고, 시간제 보육 등 육아지원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게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저하된 보육·양육서비스의 질적·양적 개선으로 모든 영유아의 행복한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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