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리아 배터리] 'IRA·광물전쟁'에 외통수···韓 배터리기업들 방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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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02-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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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 갈등에 對중국 의존도 낮추는데

  • 남미 리튬 국유화···원료 수급 비상

미·중 갈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방지법(IRA), 남미의 리튬 국유화 움직임 등 대외 악재가 계속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원재료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최근 급격히 진행되는 남미 주요 리튬 매장국가들의 국유화 움직임은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다각화 전략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당장 다음 달부터 IRA와 관련해 배터리 부품 및 광물 요건 지침이 발표되면, 탈(脫)중국 전략을 짜야 하는 배터리 기업들의 수급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멕시코의 리튬 국유화 선언을 시작으로 칠레, 브라질 등도 자국내 광물 보호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는 남미 리튬 매장국가들의 국유화 선언 다음 단계를 리튬 생산 공동체 결성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동을 중심으로 한 OPEC(석유수출기구)와 같이 리튬을 무기로 글로벌 자원 패권경쟁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모빌리티의 주 동력원이 석유에서 전기로 넘어가는 지금의 현안은 남미 리튬 연합에 리튬 가격 결정권을 쥐여줄 것으로 관측된다.

리튬은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와 LFP(리튬, 인산, 철) 등 모든 배터리에 들어가는 자원으로 대체재를 찾기 힘들다. 한국은 지난해 6월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통해 중국산 리튬을 배제하고,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를 가진 남미 리튬 연합이 결성될 경우, MSP는 사실상 호주와 캐나다산 리튬에만 의지하는 동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는 호주가 리튬 생산량이 가장 높지만 매장량 기준으로는 칠레(920만t 추정)의 절반, 남미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남미 연합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추세는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광물을 100% 수입하는 국내 기업들에 큰 어려움이 된다. 공급망 다각화의 대안이 호주와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되면서 글로벌 자원 경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MSP를 통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원 투자는 호주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포스코홀딩스 등 일부 기업들이 과거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등 남미 투자에 성공했지만, 남미 연합이 현실화하고 MSP와 리튬 경쟁을 하게 된다면 안정적인 공급은 장담하기 힘들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IRA 배터리 소재 지침에 대한 대응도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는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도록 하고, 이를 2028년까지 90%로 확대하는 제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대중국 리튬 의존도는 87.9%로 올해 당장 중국산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2028년까지는 사실상 중국산 리튬을 포함한 코발트, 망간 등 주요 배터리 원자재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역시 비슷한 수준의 광물 제재안을 구상 중이다.

정부는 이달 말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 대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그 내용은 주요 생산국과 매장량 점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조달 계획을 발표하면 해당 국가에서 우리를 대하는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MSP, 중국, 남미 등이 리튬 가격 결정권을 둔 패권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오일쇼크’ 수준의 대형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주 동력원이 변화하면서 머지않아 리튬은 석유와 같은 수준의 위치에 오를 것”이라며 “결국에는 남미가 지금의 중동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리튬을 생산하지 않지만 사용량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한국 기업은 그저 자원강국들에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가 투자한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 [사진=포스코홀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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