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준공 후 미분양은 340가구로 1년 전인 2021년 12월(52가구)보다 554% 증가했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8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인천은 344가구로 1년 전 대비 126% 증가했고 경기 역시 같은 기간 397가구에서 608가구로 53.1% 늘었다.
이로써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1229가구로 2021년 말(601가구)보다 10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이 6848가구에서 6059가구로 11.5%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이 빠른 속도로 확대된 셈이다.
서울 지역 준공 후 미분양 단지는 △강북구 '칸타빌수유팰리스' △금천구 '신독산솔리힐뉴포레'이고, 인천은 △서구 '포레나루원시티' △중구 '영종국제도시동원로얄듀크마리나포레' △서구 '검단신도시모아미래도엘리트파크' △연수구 '더퍼스트시티송도' 등 4곳이다. 대부분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이들 단지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잔여 물량을 떨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해부터 15% 할인분양, 관리비 대납 등 조건을 내걸고 수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해왔으나 미분양 물량이 남아 현재 선착순 분양을 받고 있다. 현재 7차 무순위 청약을 접수하고 있는 신독산솔리힐뉴포레도 할인 분양을 진행 중이다.
더퍼스트시티 송도는 할인분양에 이어 입주지원금 등을 내세우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전용면적 49㎡ 타입은 현금 최대 5000만원 지원에 이자 지원까지 받을 수 있고, 더 큰 타입은 최대 1억원까지 현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준공 후 미분양 증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상환, 공사대금 조달 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건설사들이 주택 건설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돼 자금 여력이 좋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부터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전국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4만~5만가구에 달했던 2008~2010년 건설업계에 줄도산 사태가 벌어졌다. 대한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건설사와 관련 기업들이 2008년 130곳, 2009년 87곳, 2010년 86곳 파산했다.
또 시공사와 시행사 등 건설업계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며 금융시장에까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 추세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준공 후 미분양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준공 후 미분양은 일반 미분양이 쌓이고 2~3년 정도 지나야 나오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현재 가격 하락 기대로 청약 경쟁률 자체가 떨어지는 추세라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 추세라면 전체 미분양도 10만가구를 향해 갈 것이고 준공 후 미분양도 올 하반기와 내년까지 우려할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관측했다.
향후 2년간 전국에서 입주 예정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로 25만7848가구에 달하며 인천(8만676가구), 대구(6만3858가구), 서울(6만 1752가구) 순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분양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건설사의 신용위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분양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돼 준공 후 미분양 수준이 더 높아지면 시행사, 시공사 등 사업 전반에 부담이 커지므로 그전에 정부 지원 등을 통해 미분양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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