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중국 측 행보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원유 최대 수입국인 동시에 우크라이나 최대 교역국일 정도로 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양국 모두 잃을 수 없는 중국은 중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내외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이제 중립에서 러시아와 협력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 푸틴 만난 왕이···구체적 협력에는 침묵
2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양국 관계 강화 의지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왕 위원을 만나 "러시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양국 관계 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도 푸틴 대통령의 환대에 화답했다. 왕 위원은 "현재 국제 정세는 복잡하고 엄중하지만 중·러 관계는 태산처럼 안정적"이라며 "무한히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러시아 측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재확인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양국 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등장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원조를 하고 있다고 연일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살상 무기 지원 증거까지 있다며 중국 당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금이 오갈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 간 교역에 대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이 같은 모습은 중국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원칙에 입각한 중립 표방"이다. 러시아 에너지 수입 증대, 서방 중심 질서 반대에도 이를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9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BBC 등 외신은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원한다"고 해석했다.
◆ 일대일로 포기 못하던 中, 러시아와 협력으로 선회 분위기
중국 정부 중립 선언은 '일대일로' 사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육상·해상 경로를 잇고 싶은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유럽 진출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2017년 일대일로에 참여했고 이듬해인 2018년 수도 키이우에 일대일로 무역투자센터를 개설했다. 2021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양국 관계는 끈끈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단기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어느덧 1주년을 맞았다. 중국도 언제까지나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대내외적으로 중국 상황도 험난하다. 제로 코로나 방역 해제와 동시에 경제성장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에너지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협력이 필요하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의 압박도 마주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은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빈 방문은 사실상 협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중립 주장은 시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면 사라진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이 같은 공개적인 행보는 안보와 기술을 둘러싼 지정학적 블록 형성을 위한 것"이라며 "중국은 서방 중심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하면 국제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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