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1년]유럽 '빵 공장' 닫히자 韓 국민 지갑·멘탈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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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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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기가 곡물로 덮여 있다. [사진=로이터]

1년 전 러시아가 세계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리 식탁에도 고물가 폭탄이 떨어졌다. 전쟁 직후 폭등한 곡물 가격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산 곡물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 식량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식량 자급률 제고에 소홀했던 우리나라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23일 관세청 무역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곡물 수입량은 1682만t(톤)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했다. 지난해 곡물 수입량이 소폭 증가에 그쳤음에도 같은 기간 수입액은 65억7700만 달러로 무려 30.9% 늘었다.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지난해 밀 평균 수입 단가는 1년 전보다 38.9% 올랐으며 옥수수도 28.8% 상승했다.  

오른 건 곡물뿐만이 아니다. 이번 전쟁으로 식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대부분 식료품 가격이 급등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식품에 대한 국제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식품가격지수는 지난해 평균 143.7을 나타내며 199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FAO의 5가지 식품지수 중 곡물, 육류, 유제품, 식물성 유지류 지수는 지난해 가장 높았으며 설탕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 결과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식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가격정보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전국 식용유(백설 1.5ℓ 기준) 평균 가격은 7547원으로 1년 전 6090원보다 22.4% 올랐다. 

같은 기간 밀가루(곰표 중력다목적용 1㎏)는 15.9%, 라면(신라면 5개 기준)은 7.4%, 두부(풀무원 찌개용 380g)는 5.0% 오르는 등 마트에서 오르지 않은 식료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고공 행진 중인 국제 에너지 가격은 올겨울 시설재배농가 난방비 부담으로 이어지며 신선 채소 가격마저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23일 기준 오이(취청) 도매가격은 50개 기준으로 6만900원에 거래됐다. 1년 전 3만4280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대표적인 겨울 과일로 자리 잡은 딸기(2㎏ 기준)는 지난해보다 31%나 올랐으며 청양고추(풋고추)는 무려 3배 가까이 가격이 널뛰었다.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먹거리 지출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과 우리나라 엥겔지수 추이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1.4%에서 2021년 12.8%로 1.4%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G5 평균(0.9%포인트)보다 가파른 상승세다.

한경연은 주요 농산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등 식량안보 수준이 낮아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이 발생하면 식품 물가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1년 기준 44.4%로 떨어진 식량 자급률을 2027년까지 55.5%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 지원에 나섰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에 대해 국내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하고 밀을 대체할 가루쌀 생산 확대를 위해 재배 면적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글로벌 식량 불안정에 따른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복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식량 가격 충격이 가져올 빈곤과 식량안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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