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법인車 막겠다던 '연두색 번호판'…"장기 렌터카, 왜 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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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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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스는 규제 대상인데…불공정 논란

  • 하반기 시행 전부터 '반쪽짜리' 지적

  • 일각 "국토부, 관할 업체 챙기기" 시각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법인차량 연두색 번호판 제도를 두고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법인 명의 고가 차량에 대한 사적 이용을 막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정책인데 규제 대상에 자동차 리스만 포함되고 장기 렌터카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리스와 장기 렌트카는 상당히 유사한 서비스인데 한쪽은 규제 대상에서 빠졌으니 불공정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가 자기 관할 업체를 챙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법인 차량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제도 시행 목적은 법인 승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면서 세금을 탈루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다. 향후 법인 차량 전용 번호판이 도입되면 이런 꼼수를 쓰기 어렵게 된다.
 
이 제도가 논란을 야기한 이유는 규제 범위에 대한 적정성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연두색 번호판 적용 대상에 민간 법인이 리스로 이용하는 자동차는 포함시켰지만 장기 렌터카는 제외됐다. 장기 렌터카가 제외된 이유는 이미 ‘하·허·호’ 같은 번호판 식별 기호를 통해 일반 차량과 구분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명백한 차별적 규제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리스와 장기 렌터카는 특성이 거의 같다. 차를 구매가 아닌 임대로 활용하는 기본적인 상품 개념은 물론 차량 운용에 대한 비용 처리가 가능하고 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도 같다.
 
오히려 세제 혜택은 규제에서 제외된 장기 렌터카가 더욱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관광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단기 렌터카에 제공하는 취득·등록세와 보유세 관련 각종 세제 혜택을 장기 렌터카에도 적용했다. 이미 고가 수입차를 장기 렌터카로 활용하며 각종 세금을 줄이는 ‘세테크(세금+재테크)’도 널리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은 세테크 활용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허·호’ 번호판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고가 승용차에 이러한 번호판이 붙어 있으면 높은 사회적 지위를 지녔다는 인식이 상당해졌다. 따라서 제도 시행 후 기존 리스를 이용하던 법인이 장기 렌터카로 대거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제도를 도입하는 근본 취지가 무색해진다.
 
정상적으로 걷혀야 할 세금이 제대로 징수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 제도로 피해를 보는 기업들이 집단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개인사업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개선점으로 지목된다. 개인사업자도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제도는 대상을 단순 법인으로만 한정했다. 업계에선 이를 바로잡으려면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특정 금액 이상인 고가 차량을 업무용으로 임차 사용할 때는 같은 조치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치를 국토교통부의 자기 관할 업계 챙기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행법상 장기 렌터카는 국토부 소관, 자동차 리스는 금융당국 소관으로 분류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정상 작동하려면 다양한 가능성과 의견, 역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반영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차량 번호판 변경과 함께) 현재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는 법인 차량에 대한 운행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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