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수표는 없다.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초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단언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단호함에 한국 정부의 고심도 깊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미국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조항에 대해 미국 정부와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미국 정부가 공고한 반도체 지원금 신청 절차를 소개하며 "우리 기업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미국 관계 당국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업계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관해 현 단계에서 예단하지 않고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국 내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 신청 절차와 기준을 공개하며 중국을 정조준한 규정들을 내밀었다.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거나 중국 내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기업은 배제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는 중국에서 반도체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조치다.
산업부는 "그동안 정부는 가드레일 조항 등과 같이 한국 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업계와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미국 관계 당국에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가드레일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산업부 측 방침이다.
또 다른 문제는 '초과 이익 공유'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수익 중 일정 부분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인데 기업들은 반납 규모(지원금의 75% 이내)가 과도하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미국에서 생산한 첨단 반도체에 대해 미국 국방부와 안보당국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부담스럽다.
산업부는 이날 초과 이익 공유,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과 관련한 대응책은 내놓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이)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내용을 파악한 뒤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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