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中 에너지 '심장' 간쑤...친환경大省 도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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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쑤(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3-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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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둥·저장까지 전기 보낸다···'西電東送' 거점

  • 간쑤성 소도시의 '저탄소 생활 소비' 실험

  • 중국의 미래 친환경 유전도시

중국 간쑤성 란저우 시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국의 젖줄' 황허. 이곳엔 100여년 역사를 간직한 황허제일교(黃河第一橋) 중산교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간쑤(甘肅)성 성도 란저우(蘭州). 중국 지도를 펼쳐 놓았을 때 중국 대륙의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육도(陸都)의 심장’이라 불린다. 한나라 때 금성(金城)이라 불렸을 정도로, 예로부터 군사·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담당했다. 고대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중요한 출발점으로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중요 거점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한 ‘쌍탄(雙碳, 2030년 탄소 피크, 2060년 탄소중립 실현)’ 목표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대성(大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본지 기자는 중국외문국 산하 국제미디어발전중심이 간쑤성 정부와 함께 세계 각국 미디어 기자를 초청해 주최한 '간쑤행(行)' 행사에 참여해 지난 20일부터 일주일간 란저우·핑량(平凉)·칭양(慶陽) 등 간쑤성 동부 3개 도시를 둘러보며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 현황을 살펴봤다.
 

 란저우신구 액체 태양광 연료 시범단지 인근 도로 언덕에 빼곡하게 세워진 태양광 패널. [사진=배인선 기자]  


 
산둥·저장까지 전기 보낸다···'西電東送' 거점
지난 20일 찾은 중국 다섯 번째 국가급 신구인 란저우신구. 2012년 8월, 중국 서북부 지역의 제1호 국가급 신구로 지정된 이곳은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이곳서 만난 란저우신구 홍보담당자 하오하이칭은 “다른 동부지역 신구와 달리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시작한 란저우신구 경제 규모는 10년간 60배 성장했다”며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속에서도 13%의 GDP 성장률을 실현해 국가급 신구 중 가장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란저우신구가 육성하는 핵심 10대 신흥산업 중 하나다. 서울시 면적의 3배 크기인 1744㎢에 달하는 란저우신구의 광활한 황토고원 대지를 버스로 달리다보면 도로 양옆 언덕에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엔 289무(畝, 1무=666㎡) 면적의 대지에 1억4000만 위안(약 266억원)을 투자해 건설한 '액체 태양광 연료 시범단지'가 2020년 1월부터 가동 중이다. 

태양에너지는 무한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지만, 효율적으로 장기 저장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과학원 다롄화학물리연구소는 이곳서 공급되는 태양광을 동력으로 삼아 물과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로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른바 액체 태양광 연료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이산화탄소도 인근 화학공장 배기가스에서 추출한 것으로, 액체 태양광 연료 생산은 자원 선순환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액체 태양광 연료 시범단지는 현재 연간 메탄올 1000톤을 생산할 정도로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도 갖췄다. 

사실 황토고원에 위치한 간쑤성은 바람·햇빛이 풍부하다. 지난해 간쑤성의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38억㎾h로, 여기에 수력발전까지 더하면 간쑤성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절반 이상이 청정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간쑤성에서 생산한 전력은 특고압선을 타고 인근 칭하이·신장은 물론, 후난·산둥·저장 등 중부·동부 연해지역까지 송전된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국가 5개년 계획인 14차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5년 말 간쑤성의 타지역 송전량은 연간 1000억㎾h에 달할 예정이다. 중국 ‘서전동송(西電東送, 서쪽 전기를 동쪽으로 보내자)' 프로젝트의 거점인 간쑤는 사실상 중국 에너지의 심장부인 셈이다. 
 
간쑤성 소도시의 '저탄소 생활 소비' 실험

간쑤성 핑량시내 소재한 중국 국가전력망 영업점. 이곳에 설치된 '저탄소 서비스 창구'에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서북부에 위치한 간쑤성은 사실 중국 서북부 지역의 최대 중화학 공업중심지다. 동부 지역에 소재한 중화학 공장도 대거 이곳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경제 발전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켰다. 황토고원의 먼지까지 더해져 대기 오염은 심각했다. 간쑤성이 시진핑 주석의 쌍탄 목표에 맞춰 친환경 발전에 매진하는 배경이다.

간쑤성 서부에 위치한 핑량시에서는 현재 저탄소 생활화 실천을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곳은 최근 중국 서북부 지역 중 처음으로 ‘탄푸후이(碳普惠)’ 시범도시로 지정됐다. 탄푸후이, 주민이 저탄소 실천을 통해 두루 혜택을 누리도록 한다는 의미다.

22일 우리나라 한국전력공사에 상당하는 중국 국유전력기업인 국가전력망의 핑량시내 한 영업점을 찾았다. 특히 이곳은 중국 서북부 지역에서 최초로 저탄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점이다. 영업점 건물 자체가 아예 친환경으로 지어졌다. 옥상에 설치된 35㎾ 규모의 태양광 발전 패널에서 공급되는 전력으로 건물의 모든 시설이 돌아가고 있었다. 

탄소자산 관리원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들은 창구에서 지역 주민에게 저탄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의식주행(衣食住行) 방면에서 직접 저탄소 생활을 실천해 중국 모바일메신저 웨이신 프로그램을 통해 탄소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는다. 탄소 포인트로 이곳 영업점에서 각종 가전제품으로 교환하거나, 혹은 시내 탄푸후이 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때 돈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판훙쉬 영업지점장은 말했다. 

이 영업점은 현지 오염물 배출 기업에 저탄소 실천을 위한 컨설팅도 제공한다. 중국 최대 시멘트회사 하이뤄시멘트가 대표적이다. 판 지점장은 "에너지 고소비·고오염 산업에 종사하는 하이뤄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폐열을 회수하고 배출가스 내 탄소를 채취·봉인 후 에너지로 재활용하도록 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도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저탄소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미래 친환경 유전도시
간쑤성은 중국의 석유·천연가스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간쑤성 내에선 란저우에 이어 두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칭양시는 ‘중국의 두바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은 중국 최대 유전도시인 헤이룽장성 다칭의 뒤를 이을 새로운 유전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어얼둬쓰 분지에 위치한 칭양시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칭양시에서 확인된 석유·천연가스 매장량만 40억톤으로, 중국 전국 매장량의 3분의1에 달한다. 칭양시를 중심으로 한 유전지대를 가리켜 창칭(長慶)유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동안 지질학적으로 자원 채굴이 어려워 기술적 제약이 있었으나, 최근 향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가 적극적으로 유전 탐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페트로차이나에 따르면 지난해 창칭유전 원유·천연가스 생산량만 6500만톤으로, 중국 전체 원유·천연가스 생산량의 각각 6분의1, 4분의1을 차지했다. 

특히 이곳의 원유 가스 시추는 친환경 공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창칭유전의 673개 광구 시추는 모두 전기를 돌려 이뤄졌으며, 덕분에 4만9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했다고 페트로차이나 관계자는 밝혔다. 

풍부한 전력과 자원을 기반으로 칭양은 중국 '동수서산(東數西算) 공정'의 데이터 인프라 거점도시로도 떠올랐다. 동수서산, 경제가 발달한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으로 옮겨와 처리한다는 의미다. 중국 동수서산 공정 데이터 거점도시 10곳 중 하나로 선정된 칭양은 향후 중국 서북부 지역의 디지털밸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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