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추락 속 1년째 무역적자 행진…지난달 또 53억弗 적자

경기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반도체 산업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반도체 수출 실적이 1월에 이어 2월에도 40% 이상 감소세를 이어가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주력 품목 대부분이 업황 부진을 겪으며 전체 수출액도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액은 에너지 수입 부담에 증가세를 보이며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53억 달러로 12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반도체 수출 두 달 연속 반 토막 수준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 역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2.5%(44억 달러) 줄었다. 지난 1월(-44.5%)에 이어 두 달 연속 40%대 감소율을 보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49.9%) 이후 14년여 만에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 감소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7.8%)부터 수출액이 줄기 시작해 9월 -5.6%, 10월 -17.4%, 11월 -29.9%, 12월 -29.1% 등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약세가 직격탄이었다. 수요 부진으로 누적 재고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게 원인이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4월 3.41달러에서 올해 1∼2월 1.81달러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낸드플래시 고정가도 지난해 1~5월 4.81달러에서 현재 4.14달러로 떨어진 상태다. 

대중 무역도 악화했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4.2% 줄어 1월(-31.4%)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국이다. 아직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본격화하지 않은 탓에 중국 내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40.3%에 달한다. 

산업부는 "주요 반도체 제품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 업체 투자 감축과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힘입어 하반기 이후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터널 끝이 안 보인다 

효자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고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 회복세가 더딘 탓에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50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 감소했다.

산업 전반이 어둡다. 반도체뿐 아니라 석유화학(-18.3%), 철강(-9.8%), 디스플레이(-40.9%), 바이오·헬스(-32.9%), 선박(-10.7%) 등 주요 품목 수출 규모가 대거 축소됐다.  우리 수출 감소세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입액은 55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가 53억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무역적자가 1년 이상 지속된 건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낸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올 들어 수출 부진이 계속되자 정부도 긴박해졌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월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주요국 수입 수요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때문"이라며 "1월에 비해 적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대규모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총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주력 산업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12개 분야 신수출 동력을 확충하는 한편 범부처 협업을 통한 수출 드라이브 대책을 중심으로 촘촘하고 다각적인 지원 체계를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