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잠잠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이후 환율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한은은 "그간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하는 차원"이라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장에선 최종금리에 거의 도달했다는 시각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물가 추세와 긴축 기조가 맞물려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한은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매일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튿날인 24일에는 하룻새 7.7원, 27일에는 18원 이상 급등하면서 원·달러환율이 1320원선을 넘어섰다. 환율이 1320원대에 도달한 것은 작년 12월 7일(1321.7원)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지난 28일에는 전일 종가 대비 5원가량 내린 1318원에 개장해 다소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내 반등해 장중 1326원대를 찍고 1322원대에 장을 마쳤다.
이 같은 환율 오름세는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와 물가상승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 연준 인사들은 최근 긴축 강화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낮추려면 금리를 빨리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필립 제퍼슨 미 연준 이사도 “인플레이션율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너무 일찍 기준금리를 동결해 경제주체들에게 '한국의 긴축은 끝났다'는 메시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 수준에서 동결했다. 3월에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회의 일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4월까지 해당 금리가 계속 유지된다. 반면, 연준(현행 기준금리 4.5~4.75%)의 경우 이달 0.25~0.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추가 강세 여부는 연준의 시나리오 변화에 달려 있다"면서 "향후 발표되는 지표로 인해 올해 6월까지 미국 기준금리 인상폭이 0.75%포인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면 추가적인 강달러 기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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