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 주택 인허가가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대책을 내놓는 등 각종 주택 공급 관련 심의와 인허가에 대한 신속 처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침체된 부동산 시장 앞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주택 인허가 물량이 3~5년 뒤 주택 공급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만큼 향후 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2022년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4만2724가구로 2021년 8만3260가구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3만6090가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2009~2022년 연평균 인허가 건수 7만3116건과 비교하면 3만건가량 낮은 수치다. 아울러 서울시 공공부문 주택인허가도 2021년 3052가구에서 2022년 1925가구로 줄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토지주나 사업시행자, 금융권 등에서 심리적 영향을 받아 인허가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타 다른 요인이 있는지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용 실장은 이어 “시는 신통기획 등 여러 절차 간소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인허가를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인허가 감소에 대해 전문가들 역시 시장 침체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는 “2021년은 부동산 가격 폭등기로 당시 서울시 공급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인허가가 꽤 진행됐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다음 해 인허가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시작되며 물량 감소가 가속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상 주택 인허가 물량은 3~5년쯤 뒤 주택시장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인허가를 받은 뒤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을 보통 3년으로 잡기 때문이다. 공사가 지연되는 기간 등을 포함하면 3년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문제는 인허가 감소가 이어지면 추후 공급 부족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갑작스러운 외부 요인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인허가 감소가 이어지면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희선 교수 또한 “2021년에 비교적 인허가가 많이 된 만큼 아직 큰 걱정은 없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감소가 이어진다면 공급 감소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주택시장 전망'을 통해 주택가격 급락으로 인허가 주택 물량은 30% 감소하고, 착공과 분양물량은 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산연은 공급 부족이 누적돼서 경기 회복기에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주택 공급 물량이 급감하지 않도록 LH 등 공공부문에서 민관 공동 방식 등으로 주택 건설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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