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의 한 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 중 IT업계 총수가 줄고 반도체업계 인물이 늘었다.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5일 외신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전인대 대표와 정협에서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 딩레이(丁磊) 넷이즈 최고경영자(CEO)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CEO 등 빅테크 관계자들의 이름이 빠졌다. 이들은 '시진핑 집권 2기' 시절 전인대 대표로 활동했지만 이번에 초청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번 전인대에서 제외된 인사는 향후 5년 함께할 수 없다.
앞서 이번 전인대를 앞두고 이들의 배제 가능성이 거론됐다. 중국 당국이 지난 2년여 간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디디추싱이 당국의 반대에도 뉴욕시장에 상장하자 고강도 규제를 펼치거나 게임 회사에 청소년 사용 시간 제한 등을 적용하면서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의 성장을 장려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 같은 첨단 기술 분야 관계자들이 전인대에 대거 진입한 것은 미·중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등 압박이 심해지자 지난해 정치국에 기술 분야 관리들을 대거 등용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 3기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인대의 구성 인원 변화에 따라 시진핑 3기는 너나 할 것 없이 미·중 경쟁을 국가적 과업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책 자문회의인 정협(인민정치협상회의)에 새로 선출된 치시앙동 QAX 보안 담당자는 "우리는 당 지도부를 지지해야만 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관계자는 FT에 "위원 재선은 여론의 문제다. 마윈 창업자와 다른 사람들이 빠진 것은 이들이 영향력과 정치적 입지가 약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전인대 구성 인원 변화와 함께 '첨단 기술 자급자족'이 기술 경쟁의 향방을 가를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반도체 압박에 대해 중국의 자급자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트라비움 차이나의 바 오링하오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해 "만약 중국이 독자적인 기술을 구축할 수 있다면 미국의 수출 통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기초 연구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향상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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