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알뜰한 재테크] 길고 긴 고금리 시대···'디펜스 재테크'로 기본 돌아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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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3-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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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지난해보다 재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 사람들의 4배에 달했다. 고금리 시대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고위험·고수익의 위험자산을 좇는 '머니무브'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시기상조인 셈이다. 즉, 올해 재테크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얼마나 잃지 않고 잘 지킬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재테크의 기본은 빚을 줄이고, 자산을 늘리는 것이다. 불경기·고물가·고금리 등이 맞물려 투자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올해를 관통하는 금융 트렌드를 파악하고, 나의 재무계획에 맞는 투자를 실천해야 한다.
 
"티끌 모아 태산" 안정적 투자로 자산 방어에 집중 '디펜스 재테크'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공격적인 투자로 자산을 불리기보다 절약과 보수적인 투자로 현재 재산을 지키는 데 주력할 '디펜스(방어) 재테크'가 올해 금융권 전반에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고위험 고수익형 상품보다는 채권 등 안정형 상품으로 여유 자금이 이동하고, 자산 방어의 연장선에서 연금 등 장기 자산관리에 대한 인식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들이 디펜스 재테크에 나서는 이유는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공개된 1월 경제고통지수(실업률+소비자물가상승률)는 8.8로, 1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작년 12월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20~64세 1000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올해 가계 재무 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부정적 전망(43%)은 개선될 것이란 전망(12%)보다 4배가량 높았다. 상황이 이렇자 안정형 투자 계획은 65%로, 고위험·고수익 투자 계획(22%)보다 3배 많았다.

불안정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적은 돈이라도 알뜰히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고, 소액(자투리) 재테크 선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소액 투자는 일종의 분산 투자의 목적은 물론, 경제력이 미흡한 젊은 층에서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 재무관리를 위해 소액 재테크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는 71%로 집계됐다. 이와 동시에 재무관리 목표 실천을 위한 최우선적인 전략으로 '절약'을 꼽는 이들도 61%에 달했다.

최근 계속되는 자산시장의 침체는 소비자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트코인이나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의 가상자산과 금, 미술품 등 현물자산에 투자해 본 경험은 소비자가 투자 자산을 다각화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테크 관련 전문 매체 등을 통해 다양한 자산 투자 방법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트렌드를 따라 빠르게 수요가 움직일 수 있다.
'이자 부담' 줄이기 최우선···원금균등상환·금리인하요구권 활용 검토
그렇다면 올해 재무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재무계획을 세우는 데는 우선 재테크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이 포함돼야 한다. 특히 고금리 시대에선 늘어난 대출이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매겨 대출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출 상환 방식은 크게 △원금균등상환방식 △원리금균등상환방식 △만기일시상환방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금균등상환 방식은 매번 상환하는 원금상환액을 일정하게 가져가며, 이자상환액은 초기엔 높았다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구조다.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은 매번 상환하는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는 구조다. 만기일시상환 방식은 대출원금에 대한 상환 없이 이자만 부담하는 방식이다.

대출 상환 방식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대출 정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도 있다. 금리가 높은 때엔 원금균등상환 방식이 더욱 유리하다. 원금을 빠르게 상환해 총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정 금액의 여유가 있다면 원금 중도 상환을 통해 대출 이자 부담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수도 있다.

'금리인하 요구권'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임금 상승, 자산 증가·부채 감소 등 일정 조건으로 대출자의 신용도가 나아졌을 때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 2019년 6월부터 법제화됐지만, 이에 대한 은행들의 공시가 미흡해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을 시작으로 보험, 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 금리인하 요구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반기 중 공시 확대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최근 기준금리 동결에도 대출금리가 되레 올라서면서 금리 방향성에 대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이때 혼재된 금리 움직임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 금리 수준이 유례없이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과 향후 금리가 아래로 움직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트 짧게 쥐고 끊어쳐라"···디펜스 재테크의 핵심 예·적금에 '주목'
올해 금융 트렌드로 제시한 디펜스 재테크의 핵심은 위험회피 심리 기반의 안정 지향적 재정 관리 계획에 있다. 금리인상기 속 올라선 대출 금리만큼 예·적금 역시 높은 이자율을 확보할 수 있다. 예·적금이 디펜스 재테크의 핵심 투자처로 꼽히는 이유다.

먼저 높은 금리 수준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예고되는 만큼, 단기 예·적금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장기로 돈을 묶어둘 경우 향후 더 좋은 조건의 상품이 출시됐을 때 그 혜택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 길게 묶어둔 돈의 이자를 받지 못하고 빼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이용한 것이 일명 '풍차 돌리기' 재테크다. 짧으면 6개월부터 1년 정도의 단기상품에 가입하고, 금리와 경기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금리를 적용받는 식이다. 1년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찾으면 새 납입금을 더해서 다시 1년짜리 정기 예금에 투자한다. 적금통장을 예로 들면 월 5만원 또는 10만원을 넣는 1년짜리 적금을 1월에 만들고, 2~12월까지 같은 적금을 월에 하나씩 추가한다. 이렇게 1년을 지속하면 12월에는 적금 통장이 12개가 된다. 이렇게 하면 내년 1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적금 만기가 돌아와 매달 원금과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고금리 시기에 시도해볼 만한 또 하나의 재테크는 '선납이연'을 활용하는 것이다. 정기적금에 가입한 후, 일부는 일찍 납입(선납)하고 나머지는 늦게 납입(이연)하는 방식이다. 총 지연일수가 총 선납일수보다 크다면 적금 약정이자를 받을 수 있다. 적금 지연일수에 따라서 만기가 이연될 수는 있으나, 이를 이용해 적금을 이연하는 동안 목돈을 단기 예금에 넣어두면 예금이자와 적금이자를 동시에 챙길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월 100만원을 붓는 12개월 만기 적금에 가입하고, 첫 달에 1개월 치를 넣는다. 이후 2~7개월 차에는 적금을 이연하고 6개월짜리 만기 예금에 예치한다. 예금이 만기 되면 7개월차 적금으로 한 번에 납입한다. 이렇게 하면 적금 이자와 함께 예금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어, 같은 원금으로 더 큰 이자수익을 볼 수 있다.

단, 적금 금리의 실질적인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자산 증식의 투자 관점보다 원금 손실 없이 안전하게 종잣돈을 만드는 데 의의를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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