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대 조달청 철근 입찰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7대 제강회사의 첫 공판이 열렸다. 제강사와 소속 임직원들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했으나, 환영철강은 입찰 담합에서 경쟁제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향후 치열한 법리 싸움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6일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제철을 포함한 7대 제강사 법인과 강학서 전 현대제철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 22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조달청이 정기적으로 발주하는 철근 단가계약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받을 물량을 정해 업체별로 배분하고 투찰 가격을 합의하는 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7대 제강사에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YK스틸(야마토코리아홀딩스)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이 포함됐다. 임직원 22명 중에는 강학서 현대제철 전 대표를 비롯해 동국제강 전무, 대한제강 전무와 상무, YK스틸 상무 등 고위급 책임자들도 대거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이 미리 가격과 물량 등을 담합해 올린 매출은 6조 8442억원에 달한다. 역대 조달청 관급 입찰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환영철강, 한국철강을 제외한 5개 법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환영철강, 한국철강 측은 검찰의 기본적인 공소사실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담합에 경쟁제한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은 국내 철근을 공급할 수 있는 철강사는 7대 제강사 외에는 중소기업 몇 개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들이 물량을 서로 배분한다 하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경쟁제한이 있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당초 조달청이 원했던 것은 원활한 조달을 위한 물량 확보였기 때문에 7대 제강사가 합의를 통해 입찰물량에 들어간 것은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 일반적인 입찰과는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영철강, 한국철강 측은 "관수시장의 가격은 민수시장 보다 더 낮을 때가 많고 다른 조건들도 민수시장 보다 좋지 않기 때문에, (제강사들에게) 관수시장 입찰 참여는 일종의 보험"이라며 "'혹시 민수시장에서 철근 공급시 어려움이 생길 때를 대비해 관수시장이라도 가지고 있자' 해서 입찰에 참여하는 거라 설령 담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저가로 참여하거나 물량을 아주 많이 참여하거나 이런 유인들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격을 일정하게 정함으로써 각 업체들이 관수시장에서 원하는 물량을 다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어 물량확보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경쟁제한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소된 임직원 별로는 혐의에 대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현대제철 소속 실무자에 해당하는 이들은 혐의를 인정했으나, 강학서 전 사장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또 일부 피고인들은 입찰에 가담한 것은 인정했으나, 특정 연도 입찰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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