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막힌 조코위, 印尼 수도 이전 '굳히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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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3-0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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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수도, 핀테크 허브로 청사진 바뀐 이유

  • "자원 금수조치, 계승하라"

  • 잠룡들 선택은?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어젠다 굳히기에 들어갔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23일 정부 관료들과 보르네오섬에 위치한 칼리만탄 동부 숲을 찾았다. 자카르타를 대신할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 ‘누산타라’가 세워질 곳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새 대통령궁 등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건설 현장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선언했다. 2024년 8월 17일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 행사는 누산타라의 새 대통령궁에서 기념하겠다고 말이다.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 10월 2일까지다. 임기 만료를 대략 두어 달 앞둔 그해 8월에 새 대통령궁에 서 있겠다는 그의 선포는 수도 이전을 임기 내에 무조건 마무리 짓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수도 이전 쐐기…누산타라 핀테크 허브되나 

조코위 대통령이 차기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굵직한 정책들을 완성하고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연일 내비치고 있다. 대선 잠룡들이 반대하는 수도 이전을 완료하고, 자원 금수조치를 더욱 강화해 차기 대통령이 그의 정책을 되돌리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겠다는 셈법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조코위 대통령이 수도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2014년 첫 대선 승리 이후 2019년 재선에 성공한 조코위 대통령은 같은 해 수도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해 1월 수도를 현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의 동(東)칼리만탄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은 새 수도를 ‘누산타라’라고 명명했다. 군도라는 뜻이다.

조코위 정부는 새 수도 누산타라가 정치 및 행정 중심지를 넘어 경제 및 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한다. 특히 누산타라에 스타트업을 포함한 주요 핀테크 기업 다수를 유치해 아시아 최고의 핀테크 허브로 만드는 게 목표다.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11월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누산타라에) 금융 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나, 싱가포르나 홍콩과 달리 핀테크 센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은행·보험사에 대한 법인세 면제, 내외국인 금융권 종사자에 대한 소득세 면제와 감면, 배당금 및 이자 소득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법인세 면제 등 인프라 및 서비스 등 비금융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는 이미 발표됐다. 현재 약 90명의 투자자가 인프라 및 교육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황으로, 중동, 한국, 중국, 유럽 등지의 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냈다.

조코위 대통령은 애초 정치 및 행정 기능은 새 수도로 이전하되, 경제 기능은 현 수도인 자카르타에 남길 계획이었다. 자카르타의 높은 인구밀도, 만성적인 교통체증, 지반침하로 인한 빈번한 홍수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를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누산타라는 워싱턴, 자카르타는 뉴욕의 역할을 맡는 듯 보였다.
 
그러나 청사진이 바뀌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정 연설에서 누산타라가 행정은 물론이고 기업 활동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카르타를 포함한 자바섬에 고착화된 부의 집중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도 이전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경제 기능을 누산타라로 옮겨야 한다. 수도 이전에는 총 466조 루피아(약 40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 중 20%만 부담한다. 나머지 80%를 마련하려면 민간 투자 유치가 필수다.

조코위 대통령이 임기가 20개월 여 남은 상황에서 수도 이전에 열을 올리는 데는 정치적 요인도 있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아니스 바스웨단(Anies Baswedan)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수도 이전에 의문을 표한 상황이다. 바스웨단전 주지사가 차기 대통령에 오른다면, 수도 이전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최초로 직선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룬 조코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지지율이 60%를 웃돌 정도로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인니 헌법상 3선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수도 이전에 대한 의구심은 날로 커지는 모습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은 지난해 3월 수도 이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계획을 보류했다. 차기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투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조코위는 아니스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수도 이전 프로젝트를 폐기할 수 없도록 사업을 빨리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빠르게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짚었다.
“자원 금수 조치 계승하라”
조코위 대통령은 자원 금수조치도 계승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2월 한 행사에서 “차기 인도네시아 지도자는 어떤 위험과 비난에도 용기를 갖고 원자재 수출 금지 조치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6월부터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 수출을 금지한다. 구리와 주석 수출 금지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0년 1월에 니켈을 원광 형태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니켈 가공품 수출액은 작년 기준으로 468조 루피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원광 형태로 수출됐던 2014년에 벌어 들인 금액의 27배가 넘는다.
 
니켈 금수 조치가 성공하자, 탈탄소화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자원에 대한 금수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크사이트는 알루미늄의 원료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재활용이 쉬운 에너지 절약 소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크사이트 금수로 관련 수입이 현재의 3배에 달하는 62조 루피아(약 5조 3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잠룡들, 수도 이전 계승 ‘글쎄’
지난 1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진 대권 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간자르 프라노워 자바 주지사, 바스웨단 전 자크르타 주지사,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국방장관이 주요 잠룡으로 꼽힌다.
 
특히 여론조사 때마다 1위를 차지하는 프라노워 주지사는 조코위 대통령과 같은 투쟁민주당(PDIP) 소속이다. 그가 당선된다면 수도 이전을 비롯한 '조코위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바스웨단 전 주지사는 다르다. 그는 정부 정책을 비판해왔다. 바스웨단이 당선된다면 조코위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이 차기 대선 후보의 인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여론조사 기관 인디카토르 폴리틱 인도네시아(Indikator Politik Indonesia)는 지난 1월 여론조사에서 일관된 패턴을 발견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면 프라노워와 프라보워의 지지율도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바스웨단의 당선 가능성은 커졌다.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자원 금수 조치에 대해 “인도네시아를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에 올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해당 조치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수도 이전을 위한 투자 유치는 난항을 겪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차기 대통령이 (수도 이전) 움직임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누산타라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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