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고금리 국면 속 당분간 가계 차주들의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3일 국회에 제출한 2023년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내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 평가'를 통해 "그간의 주택가격 상승은 저금리 기조에서 가격 상승기대가 확산되고 공급이 제한됐던 점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집 구매에 따른 레버리지 활용이 확대돼 집값과 가계대출의 금리 민감도가 커진 만큼 앞으로는 주택가격 조정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택가격은 지난 2020년 이후 소득 등 경제여건과 괴리된 상태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조정 압력이 높아졌다. 이후 지난해 중반부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조정국면에 진입했으나 여전히 소득 등과는 괴리가 크다는 시각이다. 더 나아가 근래에는 높아진 금리 수준이 장기화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부동산 부문 부진이 심화·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은은 국내 주택 등 부동산 경기에 대해 올해 역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주기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집값은 더 하락할 것"이라며 "특히 집값에 대한 하락 기대심리가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통상적으로 반비례하는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동반 하락 움직임 역시 주택경기 둔화와 관련 부채 축소 움직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근 이자부담에 따른 전세수요 위축으로 매매나 전세 모두 가격이 내려가고 전세가율 역시 하향 추세가 지속되고, 특히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은 임대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집값 하방압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집값 하락으로 매매가격이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 임차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그동안 급증한 금융기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금융시스템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특히 분양시장 경기 둔화로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한 건설사 재무여건과 높은 리스크의 일부 비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사업 초기 사업장의 경우 고금리 부담과 원가 상승, 금융기관의 PF대출 기피등으로 일부 공사 지연 및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완공 전 사업장도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업권별로는 부동산PF 규모가 크지 않은 은행권의 리스크는 제한적인 반면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자본적정성과 유동성 저하 가능성도 있어 한계부문 조기 식별과 정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한은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확산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조기 정리 등을 통해 거래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또한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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