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자 증세의 막을 올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일(현지시간) 미 필라델피아 유니온 홀에서 억만장자를 비롯해 고소득자 및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부자 증세안이 담긴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발표한다.
백악관은 이날 예산안은 연간 40만 달러(약 5억3000만원) 이상을 버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세금을 올려, 앞으로 10년간 3조 달러(3948조원)에 달하는 연방정부 적자를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예산안에는 각종 부자 증세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소득 상위 0.01% 이내 슈퍼 부자에게 최소 25%의 세율을 부과하고,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투자자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올리는 내용이 예산안에 담겨 있다고 전했다.
행정부 관리들은 세수 증대를 통해 향후 10년 간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자 감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예산안에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예산안을 통해 부채 한도 상향을 두고 공화당과 대립하는 민주당의 전략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재선을 위해 내놓을 경제 공약을 예고한다”고 평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의 ‘더나은재건법안’(Build Back Better)‘은 공화당의 반대에 막혀 에너지와 헬스케어에 초점을 맞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간소화돼, 의회의 문턱을 간신히 넘겼다. 당시에는 민주당이 상·하원 양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지금은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다. 넘어야 할 공화당의 문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 소속)은 백악관의 발표 직후 “세금 인상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예산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백악관은 공화당이 뚜렷한 연방정부 지출 삭감안 없이 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예산안과 공화당 의제 사이에는 약 6조 달러 차이가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할 예산안은 적자를 3조 달러 줄이지만, 공화당 안은 3조 달러의 적자를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자 감축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연간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4%였다. 총부채는 GDP의 120%를 넘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준보다 높다. 퓨리서치센터의 1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적자 감축이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결방안에 대한 여론은 극단으로 나뉘어 있다.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의 지난달 설문조사를 보면 적자 감축 해결 방안에 대해 응답자 절반은 정부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46%는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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