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族, 강남 노린다…갭 차이 줄자 상급지 갈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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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3-03-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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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송파구 잠실동에 거주하는 A씨(여·40대)는 최근 강남 신축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락하자 이사를 고심하고 있다. 평소 눈여겨보던 개포동 신축 아파트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현재 거주하는 집을 전세로 돌리면 추가 투입 비용 없이 강남으로 이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개포동 신축 아파트 전세로 이사하려면 최소 5억원 이상 현금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대출 없이 사는 집만 전세로 놓아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최소 4년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들어가면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 무리 없이 진학할 수 있어 남편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원하는 가격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이달 말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 하락장을 이용해 신축 대단지, 한강변 아파트 등 주거 여건이 우수한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하려는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 특히 2026년까지 약 2만4000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하는 강남 2구(강남구·서초구)는 전세 폭락장 초입에 진입해 전세가격이 맥없이 추락하고 있다. 강남 입성을 노리던 인근 지역에선 이 기회를 활용해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8878건으로, 지난 1월(1만7616건) 대비 7.2% 늘었다. 전월세 거래량이 늘어난 배경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기회를 활용해 '주거의 질'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내년 1월까지 1만3067가구에 이르는 입주장이 시작된 개포동에서는 아파트 전셋값이 매달 억 단위로 하락하고 있다.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인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 전세 시세가 7억원대에 형성됐다. 지난달에는 동일 면적 전세가가 10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입주가 시작되자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7억원 급매까지 등장했다. 이는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59㎡ 전세 시세인 7억~7억5000만원보다 낮다. 잠실엘스는 지난 6일 전용 59㎡ 전세 계약이 8억원에 체결된 바 있다.
 
개포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3375가구 물량이 한번에 쏟아지다 보니 일부 집주인들이 아무리 '가두리'를 쳐도 가격을 방어하기 역부족인 것 같다"면서 "전세매물이 500건 이상 등록됐는데 아직 한 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고 임차인들은 기다리면 가격이 더 떨어질 걸 알기 때문에 원하는 호가만 불러놓고 집주인이 움직이길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대단지 입주 영향으로 인근에 위치한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개포 디에이치 아너힐스 등 신축 아파트 전세가격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59㎡는 2월 전세 거래가 4건 체결됐는데 가격대는 7억2000만~7억5000만원 선이다. 디에이치 아너힐스 전용 59㎡는 현재 전세가가 8억~8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달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59㎡ 전세계약이 7억~10억5000만원에 체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갭이 없거나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초반에 급하게 떨어졌던 잠실권 대단지들은 급매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한 반면 강남권에서는 신축 입주장을 앞두고 전세매물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개포동 전용 59㎡ 전세 시세가 10억~12억원, 84㎡는 15억~17억원 선이었는데 올 들어 가격이 반 토막 나면서 인근 지역과 갭이 거의 없거나 줄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는 이달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를 시작으로 반포원베일리(2990가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신반포메이플자이(3307가구), 디에이치 클래스트(5388가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2091가구) 등 2만3858가구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차례로 집들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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