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사태] 시스템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낮아… 투심 악화에 따른 기술주 충격은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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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3-03-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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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연합뉴스 ]


자산 규모가 280조원에 달하는 실리콘밸리뱅크(SVB)가 폐쇄되면서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초거대 은행이 순식간에 붕괴된 만큼 당분간 투자심리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SVB 자산 대부분이 회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 금융당국이 추가 뱅크런을 막기 위한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199.47포인트(1.76%) 급락한 1만1138.89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기록했던 연 고점 1만2200.82 대비로는 1061.93포인트(9.53%) 하락한 수치로 연초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증시 급락은 SVB 폐쇄에서 기인했다. SVB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대출해주는 유일한 상장 은행이었다. 이로 인해 기술·바이오 기업들이 SVB에 자금을 예치했다. 하지만 SVB가 폐쇄됨에 따라 다수 스타트업이 자금줄 봉쇄에 직면한 상황이다. 예금자 대부분이 스타트업인 상황에서 이들 자금이 묶이게 되면 줄도산과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리 탠 Y콤비네이터 CEO는 CNBC와 인터뷰하면서 "스타트업의 월말 직원 급여 지급과 비용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며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소멸 수준의 이벤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예금 보호 한도는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로 은행이 파산했을 때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VB 총예금은 1754억 달러(약 232조원)로 이 가운데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은 1515억 달러(약 200조4000억원) 규모다. 전체 예금 중 88%가량이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셈이다.

국제금융센터는 11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SVB 사태로 경제와 금융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조적으로 취약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신뢰도 문제가 산발적으로 재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심리는 이미 빙하기에 진입했다. CNN이 산출하는 공포탐욕지수(Fear&Greed Index)는 지난 10일 '극단적인 공포(Extreme Fear)' 단계인 24로 떨어졌다. 지수가 극단적인 공포 단계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한 달여 전인 지난 2월 8일만 해도 지수는 '극단적인 탐욕(Extreme Greed)' 단계인 76을 기록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은 긴축발 불안을 배경으로 규모의 중대함을 넘어 테크·바이오 기업 연쇄적 신용위험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며 "청산 과정에서 난항도 불가피해 보여 금융·기술주 전반으로 위험 회피가 확산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다행히 SVB 파산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SVB 자산 가운데 미국 국채와 준정부기관 채권이 절반 이상인 55%에 달하고 대출(35%)과 현금(7%) 등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산 대부분이 회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유동성 고비만 넘긴다면 85~95%가량은 회수 가능한 자산인 것이다. 외신들도 미국 규제당국이 예금 보호 범위에 속하지 않은 자금은 30~50%가량을 조기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FDIC도 SVB 폐쇄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중소 은행에 대한 불신이 뱅크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은행 예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하려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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