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대표 연예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를 차지하기 위한 카카오와 하이브 간 ‘치킨게임’이 합의로 일단락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와 SM 현 경영진·카카오는 지난 한 달 동안 SM 경영권을 놓고 여론전과 공개매수를 벌이며 SM 주가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평소 9만원을 밑돌던 SM 주가는 공개매수를 시작으로 주당 최대 16만원까지 돌파하며 누가 '승자의 저주'에 걸려들지 대중의 우려를 낳았지만 결국 카카오가 승기를 잡았다.
◇ 시작은 SM 현 경영진의 ‘SM 3.0’ 발표
이번 사태는 SM 현 경영진이 지난달 3일 'SM 3.0'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M 현 경영진은 이수만 전 SM 총괄의 단일 프로듀서 체계에서 벗어나 멀티 제작센터와 레이블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내부에서는 분열이 일었다.
같은 달 7일 SM 이사회는 카카오에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SM 지분 약 9.05%를 확보해 이 전 총괄에 이어 2대 주주로 부상하기 위해서였다.
이튿날 이 전 총괄은 SM을 상대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면서 이 전 총괄은 하이브와 손잡고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4.8%를 4228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곧바로 하이브는 이수만과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소액 주주가 보유한 SM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 경영권 확보 위한 폭로·경고·여론전 등 잇따라
하이브가 SM 주식 12만원 공개매수를 예고하자 이 전 총괄·하이브 대 SM 현 경영진·카카오 간 대결 구도로 폭로전이 이어졌다.
지난달 16일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하이브가 SM 새 경영진 인선안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공개한 날에 맞춰 이 전 총괄을 겨냥한 폭로 영상을 게재했다. 역외탈세 의혹, '나무심기' 관련 가사 요구, 에스파 컴백 연기 배경 등 이수만과 관련한 의혹 등이었다.
그러자 하이브는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하이브가 SM을 인수한 후에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판교 IBK 점포에서는 900억원 넘는 대규모 순매수가 이뤄졌다. 하이브는 해당 매수에 대해 시세 조종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여론전 외에도 SM과 하이브 측은 이달 말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주식을 확보하는 데 힘썼다.
하이브는 이수만에게서 사들인 지분 14.8%와 이수만에게 풋옵션이 걸린 채 남은 지분 3.65%, 공개매수를 통해 갤럭시아에스엠에서 사들인 지분 약 0.98%까지 SM 지분을 약 19.5% 확보했다.
이달 3일 서울동부지법은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하이브가 우위를 점한 듯 보였다. 카카오가 SM 지분 약 9.05%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서는 계획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는 지난 7일 SM 주식 35%에 해당하는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혀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 '승자의 저주' 피하기···"경영권은 카카오, 플랫폼은 협력" 합의
불과 한 달 전까지 9만원을 밑돌던 SM 주가는 하이브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후 계속 12만원을 웃돌았다. 결국 하이브는 갤럭시아에스엠을 제외하고 공개매수에서 고작 4주만 사들였다.
카카오도 이달 7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한 이후 SM 주가가 16만1200원까지 오르는 등 주식 매수에 난항을 겪었다.
분쟁이 계속되자 하이브는 카카오에 경영권을 양보하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대신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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