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조의 자주성과 투명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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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3-03-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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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사, B사, C사가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사업에 공모 신청을 했다고 치자. 이때 중요한 게 재무점수다. 기업들은 재무점수를 내기 위해 재무제표를 제출한다.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업 공모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재무제표 제출을 하는 노조는 10%도 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행 개선 자문회의 자문단장을 맡은 김경율 회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조도 '지정 기부금 단체'"라며 "다른 단체는 회계 공시를 안 하면 페널티를 받는데 노조는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깜깜이' 논란이 나온 노조 회계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꺼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3일 조합원 절반 이상이 회계장부 공개에 찬성하거나, 횡령·배임이 발생하면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정 기부금'을 받는 단체다. 지정기부금이란 국내 법인이 각 사업연도에 지출한 금액 중 공익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되면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라 회계장부 보관·제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회계 장부를 제출한 노조는 120곳에 불과했다. 기업별 노조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초기업 노조, 연합단체가 현행법상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비율이 높았다. 

노동계에선 이날 정부의 대책에 대해 "노조의 회계 공시를 강제하는 건 행정력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조 회계의 잘못된 집행 사례도 있겠지만, 노조 내부에서 적발하고 관련 민·형사상 처벌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정 능력'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의 회계 장부 제출 요구를 두고 '노조에 대한 자주성 침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노조의 자주성'이 정부가 요구하는 회계 공시를 거부하는 '만능 열쇠'는 될 수 없다. 노조는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야 자주성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회계 투명성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맞는 노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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