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시진핑호(號) 앞에 놓인 '위험한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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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3-03-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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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최근 글로벌 경제 주체들의 이목이 미국과 중국에 동시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 견제로 시작된 미국의 자국 우선 보호주의 깃발이 핵심 동맹국의 이익까지 침해하면서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불이익에 직면한 동맹의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의 지나친 탐욕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충수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예감이 들 정도다. 대내외의 산적한 현안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중국을 궁지로 몰면서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설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미국의 무리수가 자칫 동맹 간의 신뢰와 협력을 약화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반대 진영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주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미국의 일방통행이 부쩍 늘어나는 중에 주목을 받은 것이 지난 4일부터 열흘 간의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 양회(兩會)다. 양회는 우리 국회 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인대 자문 보호 기구인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을 합친 것이며, 매년 3월에 열리는 최대 연례행사다. 올해 특히 눈길을 끈 것은 10년으로 제한됐던 국가주석 임기 규정을 폐기하고 사상 최초 3연임을 확정, 종래의 공산당 집단영도체제 틀은 유지하되 절대적 1인 우위 체제로 바뀐 것이 큰 특징이다. 정치국 상무위원에 측근 심복을 대거 기용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속도가 붙겠지만 자칫 독단으로 치우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미국과의 체제 우월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사회주의 색채를 강화한 중국의 앞날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번 양회에서의 지도부 구성은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대로 싱겁게 끝났다. 가장 시선을 끈 부문은 역시 중국 경제의 운용을 포함한 국정의 향방이었다. 중국 안은 물론 바깥 세계의 기대와는 달리 금년도 성장률 목표를 32년 만에 최저치인 5.0%로 확정, 성장보다 안정을 택했다. 3년간 지속한 ‘제로 코로나’과정에서 불거진 중국 경제의 최대 복병인 부동산 가격의 하락과 이로 인한 금융 시스템의 붕괴 조짐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전방위 압력이 계속되면서 반도체 등 중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강력한 회복 드라이브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흔적이 돋보인다. 힘을 빼기보다는 비축, 결정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감이 든다.
 
중국 경제의 정상화는 소비의 회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의 GDP 기여도가 무려 65%이고, 반면 수출 비중은 35%로 대폭 낮아졌다. 리오프닝으로 인해 중국 가계의 비축된 여유 저축이 소비로 연결되면서 봇물이 터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3월 들어서까지 중국인의 소비가 예상과 달리 그리 활기가 없다. 최대 명절이면서 소비가 가장 활발한 지난 춘절(春節) 기간에도 작년보다는 지출이 30% 늘었다고 하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에 비교하면 70%에 불과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집단면역 체계가 아직 갖춰져 있지 않아 이동에 대한 불안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이 소비 부진의 원인이다. 한편으론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안전 자산이 은행에서 돈이 풀리지 않고 있기도 하다.

미국엔 동맹 간의 이익, 중국엔 축적된 경제적 파트너십 유지 필요성 강조해야

대내외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정식 출범한 시진핑호(號) 앞에 놓인 향후 5년의 여정이 순탄하기보다는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혹자는 이 5년을 포함해 2030년까지 2020년대 10년이 가장 ‘위험한 구간(Danger Zone)’이라고까지 한다. 미·중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둘 중 하나가 백기를 들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설득력을 얻는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궁지에 몰리면 그 돌파구로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 시나리오까지 공공연하게 나돈다. 이번 중국의 선택이 국력의 상승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정점에서 내려오는 길이 될지는 앞으로 1〜2년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넘기면서 연착륙을 하느냐, 아니면 계속 미끄러지면서 경착륙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다.
 
시진핑의 3연임이 시작되면서 ‘시진핑 리스크’가 본격 도마 위에 오른다. 중국의 체제가 더 강력해졌다고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파다하게 나온다. 중국의 최대 리스크는 시진핑 본인이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공동부유’의 언급을 자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민영기업이나 부자들의 경제활동이 상당 수준으로 위축되고 있다. 성장 불씨를 꺼뜨리면서 중진국 함정을 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된다. 또한 기업의 탈(脫)중국에 이어 자금까지 빠져나가는 ‘차이나런’까지 확대되면서 중국 경제의 펀드멘털이 크게 요동을 친다. 내부의 민심도 흉흉해 공산당의 힘이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어 폭동이 언제든지 불거져 나올 수 있는 것도 잠재적 위험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한국의 입장도 편하지 않다. 갈수록 미국의 압박은 거세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종용한다.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첨예한 이익이 걸린 분야에서는 일방주의 통행으로 우리를 당혹게 한다.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이 우리에게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일시에 무너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중국 속에 존재하고 있는 우리 자산이 너무 크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시진핑 리스크가 확대될수록 글로벌 경제나 안보의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한국이 그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점이다. 위험한 5년이 시작되는 지금부터 우리의 처세를 분명히 하면서 이익을 지켜야 한다. 미국엔 동맹에 걸맞은 대우를, 중국엔 축적된 경제적 이익 공유를 버리지 말 것을 요구해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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