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이른바 '주69시간제' 법안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유연화 법안 철회를 의미하는 '원점재검토'가 아닌 대국민 소통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으로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유연화 법안 관련 근로자의 권익 강화라는 정책 취지 설명이 부족했다"며 "입법 예고기간 중 근로자,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듣고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법안 내용 중 보완할 것은 보완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이번 제도 개편의 본질"이라며 "집중 근로시간에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이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제 개편 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변경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친 뒤 규제 및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6~7월 중 국회에 제출된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론 기존 노조에 비판적인 MZ세대 노조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도 "노동자가 현실적으로 몰아서 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과로사 조장법'이라며 한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나흘 연속 62시간 동안 근무한 40대 노동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유족 측이 공개한 근무표에서 고인은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9일 새벽 4시까지 총 62시간 근무했다. 유족은 고인이 평소 지병이 없었다면서 사인을 '과로'로 지목했다.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에 정부와 국민의힘은 입법예고 기간 노동자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제도에 대한 오해를 풀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국의 전 부문을 장시간 노동 현장으로 만들려는 퇴행적 조치"라며 "국회에서 법 개정을 막고 주4.5일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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