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을 연다. 양국 정상은 도쿄 긴자(銀座)에 위치한 100년 전통의 오므라이스집인 렌가테이에서 만찬을 통해 우정을 다진다.
대통령실은 14일 "12년간 중단된 양자 정상 방문이 재개된다"며 "현 정부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추진한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17일 일본을 실무방문한다"면서 이틀간 주요 일정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도쿄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현지 동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다. 이어 오후에는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만찬 등 공식일정을 소화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을 대표하는 번화가 긴자에서 열리는 만찬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열리며,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원조 오므라이스집'인 렌가테이가 포함됐다. 이 음식점은 1895년에 문을 연 100년이 넘는 노포다.
다음날 오전에는 한‧일 교류를 지원하는 일본의 친선단체 인사들을 접견하고, 양국의 주요 경제인이 동석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오찬을 겸해 진행한다. 양국 경제교류 활성화와 기업인 교류를 지원하는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일정은 게이오 대학 강연이다. 윤 대통령은 미래 한‧일 관계의 주역들인 한국 유학생과 일본인 대학생들을 만나 격려하고 17일 늦은 오후 귀국한다. 방일에 동행하는 김 여사는 기시다 유코 여사와의 만남 등 다양한 별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이번 방일은 그간 경색되었던 한‧일 관계가 정상화 단계로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면서 "양 정상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법 발표 이후 이행을 포함한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한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며, 다양한 이슈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경제협력을 가로막고 있는 정책적 장벽들을 해소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문제에 대해 "현재 잘 작동이 되고 있지만, 형식적인 측면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의 보류로) 매끄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형식적인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고 깊이와 넓이가 더 커지지 않겠나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미‧일 안보협력을 넘어 한‧미‧일 동맹 등도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너무 앞질러 간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의 상반기 외교) 일정을 보면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를 넘어선 포괄적인 협력 관계가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4월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5월 중순 예정된 주요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 초청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수출규제 문제, 화이트리스트 복귀 문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다 맞물려 있는 문제"라며 "어떤 한 부분에 협의가 진전되면 다소 시차는 존재할 수 있으나 자연스럽게 그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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