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갑작스러운 파산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SVB를 비롯해 시그니처은행, 실버게이트 등 최근 문을 닫은 모든 은행이 법무부의 조사를 받게 됐다.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SVB 임원진의 주식 매각 위법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짚었다. SVB 임원진이 지난 2년간 총 8400만 달러(약 1100억원) 상당의 주식을 현금화하는 등 모럴해저드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거세다.
그렉 베커 SVB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년간 주당 287~598 달러에 총 3000만 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팔았다. 특히 베커 CEO는 SVB 파산을 앞둔 지난 2월 27일에 주식 매각을 통해 360만 달러를 벌었다.
로 카나 하원의원(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은 베커 CEO가 주식을 팔아 번 돈을 SVB 예금주들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돈을 회수해야 한다”며 “그의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360만 달러는 예금주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베커 CEO는 내부자의 비공개 정보 이용 거래를 막는 사전거래계획 신고서(10b5-1)에 따라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SEC는 매도 전 90일간의 대기 기간을 갖도록 하는 등 규정을 강화했고, 해당 규정은 베커 CEO가 주식을 매각한 2월 27일에 발효됐다는 점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신고서를 제출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베커 CEO의 주식 매각은 허용될 수 없다.
아울러 SVB 주주들은 SVB와 경영진이 금리 인상으로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했다는 점을 들어 SVB와 경영진을 소송했다.
규제 당국은 SVB 붕괴가 은행권의 도미노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연준은 자산 규모가 1000~2500억 달러인 중소 규모 은행에 부과하는 자본 및 유동성 요건을 강화하는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또한 매년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날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파산 여진이 가시지 않은 만큼,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SVB 인수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블랙스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 KKR, 칼라일 그룹, 아레스 매니지먼트 등이 SVB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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