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인공지능(AI) 솔루션 챗GPT의 등장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예술은 세상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컴퓨터의 노이즈를 수집해 확대한 후 캔버스에 옮기는 박종규 작가의 독특한 작업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박종규 작가의 첫 번째 학고재 전시회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가 지난 15일 개막했다.
박 작가는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에 주목하여 노이즈를 확대하거나 코드 변환하여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 박 작가는 최근에 제작한 회화, 조각, 영상 총 40점을 학고재 본관과 신관에서 선보인다.
우찬규 학고재 회장은 “아트바젤 홍콩, 광주비엔날레 등 중요한 미술 행사가 진행되는 기간이다”라며 “이 기간에 갤러리를 찾는 외국의 미술인들이 많을 것이다”라며 박종규 작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 작가는 컴퓨터의 노이즈는 부정적 가치이지만 확대되어 화면에 옮겨졌을 때 너무나도 정연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이즈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박 작가는 “더욱 중요한 것은 컴퓨터에 노이즈가 발생한다는 사실 속에 담겨있는 행간의 의미이다. 아직 휴머니즘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컴퓨터가 완전무결해질 때 인간은 로봇이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학고재 본관에는 비정형 회화 연작이 새롭게 등장한다. 목재를 CNC커팅으로 깎아서 그 위에 캔버스를 덧입히는 작업 방식을 택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박종규 작가는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미술 운동인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urface)를 이끌었던 수장 클로드 비알라의 제자이다. 비알라는 사각형 지지체(캔버스) 없는 회화를 추구한 예술가이다.
신관 1층에서는 아름다운 색을 품은 ‘수직적 시간’을 만날 수 있다. 박 작가는 지난해 2월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스파크 빌딩 전광판에 영상 작품 <수직적 시간>을 상영했다. 어느 날 전광판을 작동시키는 컴퓨터에 노이즈가 발생하여 모래폭풍 장면이 분홍색으로 바뀌었다. 그 장면이 마치 만개한 벚꽃과 진달래를 연상시켰고, 이에 영감을 받아 회화 작업을 했다.
신관 지하 1층에서는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를 만날 수 있다. 박 작가는 소리꾼 민정민이 부른 ‘심청가’와 구음의 절창 장면을 영상에 담는다. 작가는 음악의 파장을 시각 이미지로 변환하여 회화 작품으로 전환한다.
더불어 박 작가는 ‘나를 찾아서’라는 영상 작품을 전시장 바닥에 투사한다. 두 대의 CCTV에 찍힌 관객은 작게 축소되어 20초 지연되어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진리는 역사의 축적을 통해서 드러나며 나 자신은 미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우치기 위해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29일까지.
1966년 대구에서 태어난 박 작가는 계명대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DNSAP와 연구과정을 밟았다.
대구미술관(2019), 영은미술관(2018), 홍콩 벤브라운파인아츠(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포항시립미술관(2018), 광주시립미술관(2010),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국립현대미술센터(2016), 모스크바 트라이엄프 갤러리(2016), 후쿠오카시 미술관(2003)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서울), 광주시립미술관(광주), 대구미술관(대구) 등 국내 주요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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