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지난 15일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 방안' 외에도 그간 논란이 됐던 금융권 보수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금리 인상의 수혜를 받은 은행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자 수익 환원에 대한 목소리와 함께 당정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이자이익의 30%에 달하는 11조원을 직원들의 급여와 성과급, 퇴직금 등으로 지급했다.
TF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등 성과·보수체계 개편을 검토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금융권은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인 세이온페이 도입에 주목했다. 세이온페이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는 제도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상장사가 최소 3년에 한 번 경영진의 급여에 대해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영국도 회사법을 통해 상장사들이 경영진 급여 지급 현황을 주주총회에 상정토록 하고 있다. 금융권은 그간 성과급 체계 산정을 놓고 당국의 시장 개입 논란이 지속돼 왔지만, 세이온페이 도입으로 관련 비판이 수그러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주들이 직접 경영진의 보수를 감시·견제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적 성과까지 평가해 지급을 이연하는 한편, 지급수단도 현금뿐 아니라 주식·스톡옵션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국은 이연지급이 사실상 클로백(Claw-back/성과급 환수) 논의에 포함된다는 설명도 부연했다. 장기적 성과물들을 보고, 결과물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예상치보다 적은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외 당국은 추후 희망퇴직금 지급도 주주들이 검토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희망퇴직금은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용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희망퇴직금 지급수준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 규모에 연계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조직·인력 효율화 관점에서 판단하고, 주주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이뤄진 논의들이 금융권 자율로 맡겨질지 아니면 제도화에 이를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되지 않았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번 회의는 현황 파악 및 관행 개선을 시작하기 위한 단계"라며 "큰 틀의 방향성을 가지고 관련 내용들을 구체화하는 것이 TF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은행들의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이 공유됐으며, 성과급 산출 시 수익성 지표에만 너무 치우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국내 은행들이 수익성 지표에 32~45%의 배점을 부여했으며, 건전성 부문은 8~15%, 자본적정성은 0~10%에 불과했다. 외국계은행이 수익성 지표에 대해 30% 미만의 평가 배점을 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또한 일부 은행의 경우 지주 회장이 은행장의 정성평가부문을 직접 평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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