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6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교과서적인 원칙을 놓친 결과"라며 해당 사태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박 금통위원은 이날 오전 한은 출입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처음에는 이번 사태를 예상치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며 "안전자산인 국채나 주택시장 MBS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 망했다는 점이 다소 의외인 측면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은행은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바꾸는 기관인데 그 부분과 관련해 노출이 됐고 이자율에 대한 헷징도 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보면 교과서적인 원칙을 놓친 것이라 전공자로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또한 뒤이어 발생한 시그니처뱅크 사태에 대해서도 "도트프랭크법의 도드 프랭크가 시그니처뱅크 이사로 들어가 있고 로비 통해 규제를 빠져나오려고도 시도했던 걸로 안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규제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테면 시장가, 만기 시까지 보유할 때 가치 평가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이자율 헷징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규제 논의가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특이한 것이 예금보험한도 이상을 전액 보장하다보니 베일아웃 같지 않은 베일아웃이 돼 버렸다"면서 "우리나라는 예금보험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근거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시스템 리스크에 한정해서 한도 위를 적용했다 하는데 이번 SVB는 규제에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선 클로백 제도를 통해 보수를 회수할 수 있다"며 "SVB만 해도 지켜볼필요가 있다 싶었는데 이제는 시장상황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