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주요 은행들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300억 달러에 달하는 긴급 수혈에 나서면서 은행 붕괴에 대한 시장의 두려움은 다소 가라앉았다. 하지만 기사회생하는 듯 보였던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가 장후 시간외거래에서 빠르게 하락하면서, 은행 부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여전하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JP모건 등 월가 주요 은행들은 퍼스트 리퍼블릭의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300억 달러에 달하는 무보험 예금을 예치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등이 논의 끝에 월가 은행들이 진화에 나서는 안을 도출해냈다고 전했다.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스위스 중앙은행에서 최대 540억 달러를 빌리기로 확정한 뒤 하루도 안 돼 나온 조치로, 각국 당국은 은행 부문의 위기를 진화하는 데 서두르고 있다.
은행 부문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시장은 이번 SVB발(發) 사태에서 미국 은행들이 지난 한 주간 연준으로부터 총 1684억 달러(약 216조원)를 빌렸다는 점을 주시했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금액을 웃도는 역대급 수준이다.
각국 금융 당국은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은행 시스템이 탄력적이며, 과거보다 자본이 훨씬 더 풍부하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유로존 은행들의 상태가 건전하며 금리 인상이 은행들의 마진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당국이 자국 은행은 큰 충격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자본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VB가 파산한 후 단 며칠 만에 크레디트스위스가 휘청인 점에 비춰, 은행 시스템에서 어떤 돌발 사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금융기관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하면서 대출을 꺼리는 등 각종 악재가 돌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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