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미국發 금융 불안,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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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교수
입력 2023-03-1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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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에서 16위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 3월 10일 폐쇄되었다. 1983년 설립된 후 40년 동안 성장을 거듭했던 은행이 36시간 동안의 대규모 예금인출로 인해 망한 것이다. 미국 재무장관, 연방은행 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일요일에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예금 전액 지급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13일에는 가상화폐 전문인 시그니처은행까지 파산하였다.

두 은행의 몰락은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에서 14위로 큰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가 불과 며칠 만에 120달러에서 13일 26달러까지 폭락하였다. 이에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그룹을 포함한 11개 은행이 300억 달러를 이 은행에 무보험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하였다. 유럽 대형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도 15일 20% 이상 하락하여 스위스 중앙은행이 16일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을 지원하는 계획을 공개하였다. 이런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두 은행의 주가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금융 불안이 계속 증폭되면서 소비자와 기업이 예금을 신용도가 낮은 중소형 은행에서 신용도가 높은 대형 은행으로 옮기는 대규모 자본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 불안의 근본 원인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사업 기반의 악화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저금리 정책이 2022년 말부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금리가 올라가면서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채권을 많이 보유한 금융기관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현재까지 피해는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과 같은 중소형 은행에 국한되어 있다.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정된 금융개혁법(속칭 도드-프랑크법)을 개악했다고 지적하는 민주당은 규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방만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반대해온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구제금융을 유례없는 특혜라고 비판하였다. 실제로 IT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포함한 캘리포니아주의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예금자보호법에 규정된 1인당 25만 달러라는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정실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직접 개입했던 미국 정부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구제는 11개 은행에 위임한 것이다.

금융 불안은 작년 말 이후 꺾이지 않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은행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 폭을 내리고 시기도 늦춰야 한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통화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든 금융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은 크레디트스위스 사건의 여파 속에서도 16일 금리를 3.0%에서 3.5%로 0.5%포인트 올렸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이번 주에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례를 참고해 보면 금융 불안의 장기화는 세계경제는 물론 국제정치에도 큰 충격을 미칠 것이다. 서방 선진국으로 구성된 G7의 한계를 인식한 미국은 2008년 11월 주요 신흥국을 초대하여 G20 정상회의를 워싱턴에서 개최하였다. 동시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미국 금융기관은 주요 신흥국의 국부펀드에서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2008년 위기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조했던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 미국과 갈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패권에 공동으로 대항하기 위해 양국은 작년 12월부터 석유 교역 결제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판도도 변화할 것이다. 미국이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라는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대외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군사 원조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천명하였다. 금융 불안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 침체가 더 심각해지면 고립주의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 확산될 것이다.

반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외적 활동을 늘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중재하는 데 성공한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번 주 시 주석은 러시아를 방문하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는 것은 물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할 예정이다. 만약 이번에도 중재에 성공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지도력이 상당히 강화될 것이다.

미국발 금융 불안은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작년 10월 1440원대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수출 감소로 지난해 2월 이후 무역적자가 12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반전되지 않으면 조만간 원화의 평가절하가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금리 차도 문제다. 현재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는 3.5%, 미국은 4.50~4.75%인데, 3월 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차이가 1.5%포인트까지 벌어지면 미국 자본의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달러 부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미국 금융기관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급속하게 회수할 경우 무역과 금융 결제에 필요한 달러화가 일시적으로 모자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통화스와프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및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이 체결한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을 단기간에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국빈방문할 때 미국과 통화스와프에 합의한다면 외환시장 불안이 획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또한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인해 2015년 종료되었던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도 검토해야 한다. 2011년 13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확대된 통화스와프는 7분의 3이 엔화, 7분의 4가 달러화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런 방식의 통화스와프는 달러 부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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