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가 첨단산업 분야 기업이 모이는 글로벌 미래 업무지구로 탈바꿈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축물과 인근 서울숲에는 한강을 볼 수 있는 전망 공간이 들어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그랜드 캐널독 지구(Grand Canal Dock)'를 찾아 삼표레미콘 부지와 성수 일대를 글로벌 미래 업무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랜드 캐널독 지구는 수변 중심 복합단지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이번 구상은 삼표레미콘 부지를 '한강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랜드 캐널독 지구는 더블린 독랜드에 위치한 업무‧주거‧상업‧문화가 복합된 글로벌 정보기술(IT)산업을 중심으로 한 업무단지다. 수변을 따라 창의적인 디자인의 건축물과 문화시설 등이 위치해 세계적인 수변 문화복합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과거 가스시설 부지를 재개발했으며 전폭적인 규제 완화와 공공·민간 협력을 통해 조성됐다. 특히 구글·애플·메타·링크트인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입주해 '실리콘 독'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면적은 약 2만3000㎡에 이른다. 공장은 지난해 철거했다. 이곳은 2009년 현대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과 함께 한강변 랜드마크 조성을 추진했으나 한강변 높이 규제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2022년 서울시 새로운 비전(강제 철거→부지 활용) 제시로 레미콘 공장을 자진 철거하면서 시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상위계획인 2040 도시기본계획은 서울의 미래 성장을 이끄는 청년첨단혁신축에 위치한 성수동을 수서~창동까지 연결되는 경제혁신축의 새로운 중심으로서 성수 일대 준공업지역과 연계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특화거점으로 육성하는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극장 커튼을 형상화한 외관을 지닌 무대 콘셉트로 건축된 '독랜드 대운하 극장'과 곡선 형태 유리벽 외곽이 돋보이는 '독랜드 컨벤션 센터'를 찾았다. 그는 독특한 디자인의 건축물과 주변 공원 등 도심 속 수변공간들이 조화를 이루게 한 더블린시 수변도시 명소화 정책을 관심 있게 시찰했다.
오 시장은 "이곳과 비슷한 삼표레미콘 부지에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이곳에 와서 최첨단 하이테크 기업이 얼마나 활발하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일구는지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가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연계해 서울숲과 잘 어우러진 성수동 일대를 젊은이들이 활발하게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고, 전 세계 최첨단 기업이 몰려들 수 있는 일과 주거와 자연 환경이 잘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선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첨단 기업이 모이는 업무지구인 '글로벌 퓨처 콤플렉스(GFC)'를 만들어 미래형 첨단산업 'TAMI(타미)' 분야 기업을 집중 유치한다. TAMI는 기술(Technology)·광고(Advertising)·미디어(Media)·정보(Information) 산업을 통칭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춘 신개념 스마트 오피스이자 국제 인증을 받은 친환경 건축물(LEED 플래티넘)도 짓는다. 서울숲 등 주변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저층부는 성큰(sunken·지상에 노출된 지하공간)이나 덮개공원 등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건축혁신형 사전협상'을 활용해 삼표산업과 협력해 혁신적 디자인을 도입할 국제설계공모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다.
또한 서울숲 일대에는 한강 노을을 즐길 수 있는 수변 랜드마크 타워 건립을 추진한다. 서울숲 내 활용도가 낮은 부지를 활용해 전시와 문화 체험, 컨벤션, 콘퍼런스 등을 할 수 있는 공유 플랫폼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숲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야외주차장은 지하로 내리고 입체 덮개공원 하부에 주차장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오 시장은 그랜드 캐널독 지구 방문에 앞서 더블린 맨션하우스에서 캐롤라인 콘로이 더블린시장과 만나 두 도시 간 교류 강화를 위한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교통 분야에서 정책 교류를 이어온 두 도시는 기후위기 대응과 문화, 관광 등 행정 전반으로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협약식에서 코로나19 이후 근무 형태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더블린시 관계자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사무 인력은 가능하면 주 5일 중 3일은 집에서 일한다"고 하자 오 시장은 "런던시도 유사한 형태 근무를 유지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돌아가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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