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소진 후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가격 인식 차이가 나타나면서 경기 군포시 아파트값이 수도권 내에서 최대 하락세를 보였다.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 성남 분당구와 고양 일산 아파트 매매량은 증가했지만, 같은 1기 신도시인 산본의 경우 아파트 거래도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둘째 주 군포시 아파트 가격은 0.64% 내려 서울·경기·인천 중에서 하락세가 가장 컸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0.26%)은 물론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0.3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군포시는 지난해 12월 넷째 주(-1.53%)에 최대 하락세를 기록한 후 올해 들어서도 0.6~0.9%대 하락세를 유지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군포시 산본동 한라주공4단지 전용면적 58.65㎡는 전달 5억4000만원에 매매 체결됐다. 동일면적이 지난해 6월 7억95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1년도 안 된 사이에 2억원 넘게 가격이 빠졌다. 산본동 가야주공 51.59㎡도 같은달 3억8500만원에 손바뀜됐다. 1년 전 이 면적은 최고 6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장에서는 일부 급매물이 소진되는 가운데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가격 인식 괴리가 크다는 시각이다. 산본동 A중개업소 대표는 "한라 주공 전용 58.65㎡의 경우 매수인들이 4억6000만원 정도에서 거래를 원하는데 실제 매물은 5억4000~5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며 "매수인들이 5억원 이하 매물만 찾다보니 그 이상 가격 거래가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7일 주거지 용적률 최대 500% 보장을 핵심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완화, 예비타당성 면제 등의 내용을 담은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가 있었지만, 군포시 아파트 매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1기 신도시에 속하는 산본동의 2월 매매량은 71건을 기록했다. 발표 이전인 1월 53건에 비해 8건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군포시 전체 매매량도 1월 106건에서 2월 134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같은 1기 신도시인 성남 분당구는 1월 124건에서 2월 269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고양 일산시(서구·동구)도 1월(194건)에 비해 2월(305건) 매매량이 100건 이상 늘었다.
중개업자들은 1기 신도시 특별법보다 현재 침체한 부동산 경기와 높은 금리가 군포시 아파트 거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산본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특별법 발표 이후 초반에는 문의가 늘어나긴 했다"며 "하지만 금리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전국적인 집값도 여전히 떨어져 있어 반짝 효과에 그쳤다"고 답했다.
군포시 C중개업소 대표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아직 국회에 법안이 발의도 안 돼 있어서 애매모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당장에 되는 게 아니라 몇 년이 걸리는 사업이기 때문에 당장은 경기 흐름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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