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3분의 2수준으로 하향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 등 24개 환경단체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명을 공동원고로 하는 10차 전기본 취소 행정소송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전력정책심위회를 열고 10차 전기본을 확정했다. 정부가 2년 단위로 발표하는 전기본에는 전력 수요 전망 등 전력 정책의 골격이 담겨있다.
이들은 10차 전기본이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당초 30.2%에서 21.6%로 대폭 하향했다며 이를 두고 ‘재량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8·9차 전기본에서 이어온 화석연료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맞지 않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같은 이유로 9차 전기본에서 24기였던 가스발전소 전환계획이 28기로 늘어난 점도 짚었다.
전기본이 관계 부처 협의,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거쳐 확증됐으나 검증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절차적 문제도 제기됐다. 박주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해당 계획이 온실가스 감축목표,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 국가 상위 계획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환경부, 국회,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있었지만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 하향에 따른 재생에너지 국내 경쟁력 약화와 화석연료로 인한 건강권 침해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전기본의 목표 하향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의무공급비율(RPS)도 2026년 목표치인 25%에서 15%로 낮아졌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팀장은 “국내 전력시장 구조상 재생에너지 수익은 RPS비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10차 전기본 목표치로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참여한 28개 국내 기업에 조달할 국내 재생에너지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환경단체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충청남도에는 전국 화력발전소 58기 중 14기가 몰려있다.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특위 위원장은 “최근 건강영향조사 결과 발전소 주변 거주지역에 다양한 오염물질 나왔다”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석탄 발전 조기 폐쇄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기본에 대한 행정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월 원자력 지지 단체들이 탈원전을 골자로 한 8차 전기본에 반발해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법원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행정계획’에 해당해 행정소송법에 따른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 아니라며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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