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NHK, 닛케이 등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위해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전날 인도에서 가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동 이후 하루 만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사전에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깜짝' 방문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일본 관리는 보안상 이유로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조율하기 어려웠다며, 기시다 총리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있을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앞두고 G7 의장국으로서 행보를 넓히길 바랐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현재까지 정상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지 않은 유일한 G7 국가이다.
또한 일본 지도자가 전쟁 중인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이고, 아시아 지역 내 미국 동맹국의 지도자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것 역시 처음이라고 NHK는 전했다.
시진핑은 러시아로, 기시다는 우크라이나로
한편 기시다 총리의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일정과도 일치하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시 주석은 20일부터 22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식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 양국 간 경제 협력 등 각종 현안들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시 주석의 방러를 앞두고 상대국 매체에 기고문을 발표하는 등 돈독한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제재 및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러 간 결속이 더욱 단단해지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관영 인민일보에 '러시아와 중국: 미래 중심의 파트너십' 제하의 기고문을 발표하고, 양국이 "새로운 시대의 초입에 서 있다"며 "러·중 관계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러 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 주도 하의 서방 세계도 전혀 밀리지 않으면서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한 동북아시아에서의 세력 균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일본은 중국이 동아시아의 현 상태를 강제로 바꾸려고 하는 것을 억제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일본은 국방 예산을 GDP 대비 1%에서 2%로 올리기로 했고, 중국 내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기시다와 시진핑의 (우크라이나·러시아) 2중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동북아 지역의 깊은 분열을 드러내고 있다"며 "일본은 우크라이나에 상당량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현재 왕따이자 전범 혐의를 받으면서 점점 고립되고 있는 푸틴을 지지하는 외로운 목소리로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