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호한 증권성에 상장피 논란까지..."가상자산 불확실성 해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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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3-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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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자산 법률·회계 통합서비스 '로집사' 출범

  • "블록체인 몰라 검찰·경찰 가상자산 사건 적체"

2017년과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두 차례에 걸쳐 이른바 '코인 광풍'이 불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3조원, 이용자는 690만명, 일평균 거래액은 5조3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침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경제 위축으로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커지는데 관련 법‧제도,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와 프로젝트 개발자, 거래소 등이 모두 혼돈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법복을 벗은 이정엽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가상자산레귤레이션 센터장(52‧사법연수원 31기)은 "가상자산 산업화에 있어 '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지난 몇 년간 체험했다"고 말했다.
 

이정엽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가상자산레귤레이션 센터장이 지난 14일 센터 회의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조계에는 크게 두 가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나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유무 여부다. 일례로 테라‧루나도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으려면 '증권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수사가 진행 중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증권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센터장은 결국 대법원 판례로 가상자산 관련 기준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가상자산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당국이 '이거 증권이다'라면서 규제를 하고 개발자는 '아니다'고 반발하면서 행정소송을 하게 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례로 형성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하나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불법 상장 수수료, 이른바 '상장피(fee)' 이슈다. 상장피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자체 발행한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하기 위해 거래소 측에 건네는 '뒷돈'이다. 일부는 상장피를 받고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부실 코인’을 상장시키기도 했다. 가상자산 상장과 상장폐지 관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초래된 것이다.
 

왼쪽부터 박만용 세무사, 서동기 회계사, 이정엽 센터장, 심진우 공학박사 김의석 카이스트 교수. [사진=LKB 앤 파트너스 가상자산레귤레이션 센터 제공]

이 센터장은 지난 16일 가상자산 레귤레이션 센터 '로집사'를 출범시키고 가상자산 관련 법‧제도 정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상장·상장폐지와 관련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일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로집사에는 김의석 카이스트 교수, 박만용 세무사, 서동기 회계사, 심진우 공학박사 등 각계 가상자산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그는 "이미 가상자산을 다 발행한 다음에 상장할 때는 레귤레이션을 맞출 수가 없다”며 “가상자산 설계 단계에서부터 프로젝트들이 원하는 바와 규제 조건을 잘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여러 의사를 만나러 떠돌지 않고 한 병원에서 잘 치료받게 하듯이 고객사에 가상자산 법률 자문과 세무·회계·특허·컨설팅을 포괄한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에서 가상자산 전문가로···"검경 가상자산 사건 적체 심각"
이 센터장은 법원 내 이른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였다. 비트코인을 몰수해야 하는지, 채권으로 인정해야 하는지 등 가상자산과 관련한 새로운 현안이 법원에 들이닥칠 때마다 동료 판사들에게 자문과 조언을 제공했다. 법관들은 예전부터 '좋은 재판'을 위한 공부 모임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 센터장은 법원 안팎 각계각층이 한데 모여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주로 공부 모임을 만들면 판사들이 위주인데 우리 공부 모임은 법조인에 한정하지 않고 외부에 완전히 오픈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법원 안팎에 많이 알려져 있다"며 "자칫 판사들이 로비 대상이 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외부 관계를 많이 차단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관련 민사‧형사 사건, 회생 사건 등을 재판하는 판사들이 자문을 많이 요청해왔다. 자문 빈도도 점점 늘었다"며 "현재 가상자산 관련 사건들이 많이 계류돼 있는데 블록체인을 몰라 수사나 검찰 송치, 기소 등이 지연되고 적체될 때가 많다. 가상자산 판례백서도 쓰고 있는데 관련 사건들이 해결되는 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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